지난 칼럼에서 농지는 공익성이 강한 자원이면서도 공급이 제한된 희소자원이고,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그렇다는 사실을 강조했었다. 그런데 최근 어느 사석에서 “쌀이 남아도는데도 농림부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새만금 갯벌을 농지로 만들었다”는 취지로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을 보았다. 농지에 대한 인식수준이 이쯤이면 정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농지사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다는 네덜란드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겠다. 네덜란드의 국토면적은 남한 땅의 41.5%이고, 인구는 1650만명으로 우리의 3분의1 수준이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약 200만ha의 농지를 보유해 한국의 농지 170만ha에 비해 1.2배 정도이다. 여기에다 네덜란드의 농지는 거의 전부가 평지에 위치한 반면 한국은 170만ha 중 대부분이 경사지에 위치하고 있고, 농기계를 쓰기 쉬운 평평한 땅은 60만~70만ha에 불과한 실정이다. 농지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가 네덜란드보다 3배 이상 더 높은 인구밀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사지에 위치한 한국의 농지는 점차 휴경지가 되거나 임야로 전환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 걱정을 더해준다. 1975년부터 2011년까지 통계를 보면 이 기간에 농지면적이 54만ha 줄었다. 동 기간 중 간척으로 증가한 농지면적 약 10만ha를 포함시켜 보면 실제 농지감소 면적은 64만ha라는 결론이다. 그러면 이 64만ha는 어디로 갔을까. 주택, 공장, 도로 등으로 전용된 면적이 25만ha이기 때문에 나머지 39만ha는 결국 휴경지나 임야로 바뀌었다고 봐야 한다. 농지감소의 주요 원인이 농지전용보다 조건 불리 농지의 휴경 또는 임야로의 전환이라는 뜻이다. 앞으로도 농기계를 쓰기 어려운 소규모 농지는 계속해서 농지에서 빠져나갈 것이 분명하다.
새만금간척사업은 이러한 우리의 농지조건을 감안해 효율성 높은 대규모 농지를 확보하기 위해 시작됐던 것이다. 현재의 농지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새만금 간척으로 조성된 2만 8400ha의 땅은 그리 넓은 것도 아니다. 더구나 앞으로 물 부족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1만 2000ha 규모의 호수는 또 다른 국가적 인프라가 아니겠는가.
한국의 농지는 식량수요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식량을 완전히 자급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농지보다 4배 정도는 많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농지를 아껴 쓰는 지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그동안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주택, 공장, 도로 등을 만들기 위해 농지나 산지를 쓰게 되는데 농지를 쓰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산지를 쓰면 환경 또는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비난을 받는 것이 그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개발용 토지를 농지2 대 산지1의 비율로 공급해 왔다. 식량은 아예 외국에서 사다 먹자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세계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급변하는 기후환경을 감안하면 농지를 어떻게든 최대한 아껴 써야 하고, 또 농지의 조건을 현대적 경영여건에 맞게 정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더구나 경쟁력 있는 농지에서 농업과 그 연관 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잘 발전시키면 막대한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고용창출이 어려운 시대에 농지는 정말로 소중한 자원이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