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에는 세 종류가 있다. 거짓말, 지독한 거짓말, 그리고 통계가 그것이다.”
미국 미시시피 강 유역을 배경으로 개구쟁이 소년인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그린 동화 ‘톰소여의 모험’을 집필한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명언중 하나다.
통계와 수치의 허구성에 대해선 다들 이해할 것이다. 예를 들면 1인당 국민소득을 늘리려면 어떤 방법이 가장 쉬울까. 상위 1%의 소득만 폭발적으로 늘리면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머지 국민 99%의 삶의 질까지 높아졌다고 말하긴 힘들다. 이렇듯 우리가 흔히 접하는 숫자의 함정에 조심해야 한다.
이같은 숫자의 함정은 AI(조류인플루엔자)에서도 볼 수 있다.
지난 1월 16일 전북 고창에서 AI가 최초 발생한 이후 100여일이 지난 지금 농림축산식품부의 AI 검사현황 자료를 보면 7개 시 도, 19개 시 군에서 29건의 AI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10일 세종시 산란계 농장에서 AI가 발생한 이후 비록 지난달 21일 충북 진천의 거위농장에서 또다시 AI가 발생했지만 그사이 한달 반이 지나도록 AI 추가발생 건수가 없어 이대로 진정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갖게 했다.
여기서 국민이나 농가가 인식하는 숫자의 함정이 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히는 발생건수는 현장의 상황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지금까지 35건의 신고를 접수해 AI 양성반응이 나온 AI 발생건수는 29건에 불과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이는 실제 발생건수와 큰 차이를 보인다. 농장에서 AI 의심신고를 한 경우에 한해 양성일 때 발생건수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가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AI 검사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총괄과 세부내역으로 나눠져 있는데 대부분 인용하는 수치가 총괄부분의 발생건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이 세부내역에 포함된 수치다. 즉 방역당국이 AI 발생건수로 잡는 의사환축(신고)이외에 역학관계, 예방적 살처분, 병성감정, 상시예찰, 이동제한 해제 검사 등 세부내역에 포함된 발생이 훨씬 많다.
지난달 1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제출된 AI 현황자료만 보더라도 AI 발생건수는 28건에 불과했지만 세부내역상으로는 총 1231건을 검사해 양성이 236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6건이나 되는 AI가 발생한 것이다. 살처분 농가수도 489농가나 된다.
따라서 혹시 모를 이같은 숫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자칫 AI 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릴 수 있다.
최근 AI가 진정되는 추세인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국민이나 농가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뿐이지 AI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언제까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방역당국이나 축산농가는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철저히 방역에 임해야 한다. 숫자로 표기 안되거나 발생 빈도가 낮아졌다고 AI가 없어진 게 아니다.

박유신 축산팀장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