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은 있다? 없다? 참으로 생뚱맞은 질문이다.
생뚱맞게 대답을 해보면 한국농업은 없다. 한국농업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것이다’하고 꼭 집어 말할 수는 없다. 강원도농업이 한국농업이다? 경기도농업이 한국농업이다? 충청도농업이 한국농업이다? 전라도농업이 한국농업이다? 제주도농업이 한국농업이다? 경상도농업이 한국농업이다? ‘이것이 한국농업이다’라고 종이 자르듯 재단할 수 없는 게 우리농업의 실상이다. 지역특성에 따라 농업은 형태나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한국농업이 없다고 한 이유이다.

WTO(세계무역기구)체제와 FTA(자유무역협정)로 대변되는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지역이 강조되고 있다.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인 국경 없는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는 국내시장에만 만족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세계로 뻗어나가지 않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다. 급속한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냉엄한 현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글로벌시대를 맞아 세계화와 반대개념인 지역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글로벌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우리만이 갖고 있는 것이야말로 가장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우리 농업정책은 글로벌시장 대응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더욱더 지역농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우리 지역농업은 활성화와 거리가 멀다. 그동안 중앙정부 중심의 획일화된 농업정책 결과이고, 지역의 자발적인 노력도 부족했다.

지역농업 발전은 지역농업주체가 주도해야 한다. 그 지역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지역 내 농업주체가 발전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맞는 지역농업정책을 수립해 시행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추진돼온 획일적인 중앙정부 중심의 농정체계로는 지역농업을 발전시키는데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었다. 중앙과 지역 사이엔 엄청난 괴리가 존재한다.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앙정부가 보는 거시적인 시각으로는 지역농업의 다양하고 세세한 특성을 농업정책에 모두 반영, 지역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중앙정부가 리드하고, 지역도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작금의 체계로는 지역농업을 발전시킬 수 없다. 지역농업은 그 지역 농업주체 주도로 발전돼 나가야하며, 중앙정부는 지역농업 발전을 위한 촉매역할과 함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보조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지역농업 발전의 핵심은 사람이다. 지역의 농업인지도자, 지방자치단체를 이끄는 시장·군수, 시장·군수의 행정을 견제할 지방의회의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이 지역농업을 살리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지역농업은 앞날이 좌우된다. 농업인지도자, 시장·군수, 지방의회의원의 역량과 의지에 의해 지역이, 지역농업이 활성화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때 마침 앞으로 4년간 지역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는 6.4지방선거기간이 오늘부터 시작됐다. 6.4지방선거 후보자들은 각자 공약을 제시하고 유권자 표심잡기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농업인들은 후보자를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하고 또 검증해 지역을 이끌어갈 능력과 인품을 갖춘, 지역농업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이를 헤치고 풀어갈 추진력과 열정을 갖춘 후보자에게 표를 줘야 한다. 이번 6.4지방선거야 말로 지역을 살리고, 지역농업을 살리고, 자신의 일터와 삶터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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