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민족 최대의 민속 명절이고, 농축수산물을 최다로 소비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9월 8일인 올 추석은 대목장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번 추석은 38년 만에 가장 이른데다, 국내 경기상황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농민들이야 이른 추석에 대비해 씨앗을 파종할 때부터, 과일나무를 전정할 때부터 나름대로 생산전략을 세웠다고 하지만 출하물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품질 또한 장담하기 어렵다. 소비자들 역시 굳게 닫은 지갑 열기를 주저주저하는 상황이다.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할인행사를 대대적으로 해도 매출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대형마트의 하소연이 소비자의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대변해주고 있다. 실제도 지난달 대형마트 매출은 뒷걸음질을 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올 추석 선물세트는 ‘저가 실속형’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른 추석은 추석대목장만 위축시키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 이후 과일 소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들은 추석에 구입한 과일이 맛있어야 계속해서 과일을 사 먹는다. 반대로 추석에 구입한 과일이 맛없으면 그 이후 과일 구입을 꺼린다. 이른바 소비자들의 학습효과이다. 이 때문에 올 추석 과일생산 농민들의 출하전략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한다.
올 들어 소비트렌드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소포장이 자리하고 있다. 혼자 사는 ‘나홀로 가정’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핵가족화는 어느 새 옛말인 듯하다. 통계청 인구총조사결과 2010년 11월 현재 1인가구가 414만 2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23.9%나 된다. 이 같은 비율은 10년 전인 2000년 15.5%보다 8.4% 포인트 증가한 수치이다. 통계청 장래가구추계 결과에 따르면 2012년 1인가구는 2년 전보다 무려 37만7000가구나 늘어난 453만 9000가구로 전체의 25.3%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4명 중 1명이 1인가구인 셈이다. 나홀로 가정이 이렇게 많고, 급격하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소포장이 뜨고 대용량 포장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 소포장 트렌드는 이번 추석에도 예외는 아니고, 앞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 소포장 트렌드는 대과(大果) 중심의 과일과 과채류 생산도 변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과채류시장에서는 이미 소과(小果) 상품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3~4kg 크기 수박이 소포장으로 시장에 선보이고 있는 게 단적인 사례이다. 과일류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이쯤 되면 농업경영방식도 달라져야할 때가 왔다. ‘궁즉변 변즉통(窮卽變 變卽通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 4서3경 중 하나인 주역(周易)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 농업은 WTO/FTA(세계무역기구/자유무역협정)시대를 맞아 위기에 봉착해 있는 상황으로 변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 되며, 그 돌파구는 소비자 지향적이어야 한다.
태풍을 2개나 치르면서 추석대목시장을 준비하는 의지와 열정이라면 농업경영 근간도 바꾸지 못할 이유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