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는 과연 카지노, 복권처럼 돈을 걸고 하는 도박행위에 불과한 것인가. 산업으로서의 가치와 함께 스포츠나 레저 활동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일까.
이같은 질문에 찬성도 있고, 반대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경마산업은 사행산업으로 간주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 말산업 육성법까지 제정할 정도로 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지만 합법 경마산업이 사행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이상 산업으로 발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경마가 도박중독까지 야기해 개인과 가정 파탄 등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까지 야기시킨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키 어렵다. 합법 경마산업과 불법 사설경마는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합법 경마산업이 사행산업으로 분류되면서 불법 사설경마 규모만 키웠고 점차 단속을 피하기 위해 농촌이나 소도시의 당구장이나 건축사무실과 같은 음지로 숨어들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단순히 호기심에 경마를 했다 망하거나 범법자가 되는 농민들도 부지기수라 한다.
실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 사설경마시장 규모는 연간 최소 6조7503억원, 최대 33조4624억원에 달한다. 2010년 추정된 29조7661억원과 비교하면 3조6963억원이 증가한 수치로 마사회의 경마산업 매출 7조8397억원보다 4배 이상 많다.
마사회와 경마업계, 농축산업계가 오락적 사행행위로서 제도권내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지는 경마산업이 위축되면서 오히려 불법도박을 양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지난 20일 열린 한국마사회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마 및 말산업이 연간 2조8000억원의 국민경제 기여효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합법적으로 이뤄지는 건전한 경마산업은 세수를 통한 국가 및 지방 재정의 건전성 제고는 물론 농축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부여하는 산업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경마산업은 80년여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으로만 보면 세계 10위권 내에 속할 정도로 성장했다. 100년, 200년 역사를 가진 경마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짧은 기간 동안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항상 그렇듯이 양적 성장에만 치우쳐온 우리나라 경마산업에는 문제점 또한 많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건전한 경마문화를 조성키 위해선 우선적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불법 사설경마 척결을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이 마련돼야 하며, 경마가 인간의 사행심을 이용하는 도박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제도 개선 노력이 함께 뒷받침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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