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자유무역협정) 국회 비준이 임박해오고 있다. 빠르면 이달 말에 양국간 정식 서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서명 이후 곧바로 국회 비준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회 비준이 원활하진 않겠지만 정부 예상대로라면 연내 발효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정부가 연달아 타결시킨 FTA는 한·캐나다 FTA, 한·뉴질랜드 FTA, 한·중 FTA 등 무려 5개.
통상당국은 FTA 강국에 걸맞는 엄청난 실적이라고 ‘자랑’할만 하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농업계는 사실 억장이 무너진다. 무역비중이 워낙 큰 우리나라로선 FTA가 불가피하다는 ‘대의’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상대적 박탈감과 오랜시간 투쟁의 세월을 보내면서 오는 ‘피로감’, 여기에 이제는 될 때로 되라는 ‘자포자기’까지 생겼다.
특히 중국과의 FTA는 사실상 우리 시장을 완전개방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만큼 농업인들이 느끼는 절망과 정서적 충격은 상당하다. 아직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라는 ‘폭탄’이 더 남아있긴 하지만 중국과의 FTA가 국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FTA가 개방 수준이 가장 낮은 FTA이며, 거의 대부분의 품목을 초민감품목에 포함시켜 직접적인 피해는 빗겨갔다고 하더라도 농축산물이 갖고 있는 광범위한 대체성과 FTA 체결 자체로 인한 무역 원활화, 가공 식품 시장 교류 활성화 등을 감안할 때 피해규모는 사실상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연구기관들의 분석 결과 한·중 FTA협상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수치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와 품목간 대체로 인한 간접피해 등 예상할 수 없는 피해를 감안하지 않은 수치인 만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농업계 입장이다.
때문에 이번 한·중 FTA 피해 대책은 완전개방 시대를 맞는 새로운 농정패러다임 전환 차원에서 제대로 강구돼야 한다.
과거처럼 영향분석으로 피해규모를 산출하고 그 규모 수준 만큼의 대책을 강구해서는 안된다는 게 업계 여론이다.
그러나 이같은 농업계 여론과 달리 예산당국은 한·중 FTA 대책에 대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다른 FTA대책 처럼 영향평가에 근거한 대책을 기본적인 입장으로 밝혀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중 FTA를 맞는 농업계 위기의식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기존에 체결돼 있는 FTA와 그물망처럼 엮이면서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책마저도 제대로 세워지지 않는다면 한국 농업은 벼랑끝으로 내몰릴지 모를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가진 농축수산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한·중 FTA대책과 관련 농축수산업계 의견을 충분히 듣고 상의하겠다고 약속했다.
농축수산업계는 지금 완전개방 시대 농가 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는 확실한 피해보전직불제와 농가소득안정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최상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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