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농산물 완전개방에 직면한 우리 농업은 풍전등화와 같은 위치에 놓여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재배 환경도 비슷해 중국산 농산물이 저렴한 생산비와 운송비를 장점으로 수입될 경우 직접적으로 우리 밭작물 재배농가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 국내 밭작물 생산기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지금 현실도 우리 식탁은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관세율(고추 270%, 마늘 360%, 양파 135%)이 점진적으로 철폐될 경우 우리 밭농업은 설자리를 잃게 될게 된다.
특히 밭작물의 한·중 간 생산비 격차는 무려 3~4배에 달하는 상황에 있다. 따라서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서는 주요 밭작물에 대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사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해 우리나라 농가 인구는 275만명으로 전국민의 5.5%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이중 65세 이상 되는 농업인이 3명 중 1명으로 우리 농촌은 이미 고령화가 급진돼 있다. 이앙기나 콤바인 등을 이용하는 수도작의 경우 기계화율이 98%로 매우 높은 수준에 와 있지만 밭농업 기계화율은 56%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재 밭농업에 필요한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농업기계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밭농업 기계화율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농가의 85% 이상이 0.3ha 이하의 소농 규모로 농기계 구매력이 취약한데다 밭농업은 재배하는 작물 수도 많고 재배방법이 다양해 농기계 생산업체는 소량?다품목의 밭농사 농기계 생산에 소극적이라는데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밭의 크기가 작고 경지정리율이 낮아 기계화 기반이 미흡하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사안별 대응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도 이러한 위기의식에 맞춰 밭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경지정리와 생산단지 조성확대, 진입로, 관수시설 등 주산지별 규모화를 위한 밭농업 생산기반정비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러한 정비계획에 따라 오는 2019년까지 14만2000ha, 2023년에는 18만 ha로 확대하게 된다. 또한 올해부터 5년간 농기계 등 핵심연구개발에 356억원을 투입, 현재 56.3%인 밭작물의 기계화율을 2019년까지 70%로 높이고 농가간 수량격차도 20%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정책의지가 제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밭 경지정비는 막대한 예산을 소요로하는 인프라사업에 속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예산당국과의 줄다리기 싸움에서 설득력을 가지고 지속예산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지만 아쉽게도 올해 밭작물생산성향상 관련 예산은 애초 계획에서 삭감돼 운용되고 있다. 밭작물기계화 추진 역시 실질적인 대책이 되기에는 지원예산이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FTA 등 농산물 시장 완전개방에 대응하는 여러 정책중 밭작물생산성 향상 정책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정책중의 하나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밭작물 생산성 향상정책이 미래 100년, 200년을 내다보는 정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정책을 추진에 필요한 예산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필요하다.
따라서 과거 농업기계화 5개년 계획을 세웠던 것처럼 밭작물 기계화를 포함한 밭작물생산성향상 정책도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정부의 정책의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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