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국회 일정이 갑자기 9월 초부터 촉박하게 돌아갈 전망이다. 여야는 올해 국정감사를 9월초로 앞당겨 시작해 추석 전에 끝마치기로 잠정적으로 합의하고, 조만간 국회 본회의를 열어 일정과 대상기관 등을 의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그 배경이 궁금하다.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같다. 내년 4월 총선 때문에 국정감사를 앞당기는 게 아닌가하는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기국회 일정을 빨리빨리 마무리하고 내년 총선에 대비하자는 의도가 짙은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혼자만의 생각이었으면 좋겠다.
  국정감사를 언제할지 시기를 정하는 일이야 국회 고유권한이다. 국회 운영상황에 따라 앞당길 수도 있고, 늦출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처럼 앞당기다보면 국정감사 준비가 소홀해질  가능성이 짙다. 준비가 소홀하면 형식적인 국감이 될 수밖에 없다. 국정감사는 국정의 잘잘못을 짚어내고, 올바르게 갈 수 있도록 대안까지 제시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다음 달 초 치러질 이번 국정감사가 제대로 되겠는가 하는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정기국회는 예산국회이다. 내년도 국가 살림살이를 짜야 하는데, 예산심사도 제대로 될지 심히 의심스럽다. 
  이번 국정감사는 반환점을 돌아선 박근혜 정부의 국정이 그동안 제대로 수행됐는지, 문제점은 없었는지, 그러면 앞으로 대안은 무엇인지를 짚는 아주 중요한 시기에 시행된다.
  국감은 여야 의원 모두 가장 중요한 국회활동 가운데 하나이다. 야당은 국정운영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파헤쳐 민심을 얻는 게 기본이다. 그동안 국감은 사실 야당의 전유물처럼 운영돼 온 게 이를 뒷받침해준다. 하지만 여당이라고 뒷짐만 지고 있거나 정부를 두둔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여당은 지난 대통령선거 때 당이 제시한 공약이 어떻게 국정에 녹아들어 시행되고 있는지, 또 대통령의 국정과제가 제대로 정책으로 녹아들어 시행되고 있는지를 따지고 또 따져야봐야 한다. 그게 바로 여당의 본분이고, 민심을 얻는 길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정감사를 제대로 할 때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지금 분위기를 보면 국정감사 이후 국회는 개점휴업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하지만 정기국회는 내년 국가살림살이를 편성하는 중차대한 과제도 안고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은 내년도 예산을 꼼꼼하고 세밀하게 심사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갖고 있다. 예산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국민 부담이 증가되고, 혈세가 낭비되고, 경제 살리기도 실패할 수 있고, 국민복지도 뒷걸음질 칠 수 있다.
  국내 농식품산업은 농축산업 강국과의 전면적인 FTA(자유무역협정) 확대로 국내시장을 외국 농축산물에 급속도로 잠식당하고 있다. 시장 축소는 국내 산업의 위축을 의미한다.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국내 농축산업을 보는 외부시각은 이전보다 싸늘하다. 당장 농림예산 축소 요구가 크다. 농림예산 증가율이 정부 전체 예산증가율을 밑도는 사태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기국회에서 국정감사와 예산심사를 통해 해결해야할 과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회의원의 책임과 의무는 국회활동에 있다. 국회활동의 꽃인 국정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예산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지역구민들에게 한 표를 부탁하는 것은 올바른 길이 아니다. 정기국회 회기 중에 국회의원이 본연의 책무 수행보다 지역구 표밭갈이만 생각한다는 소리를 들어서야 되겠는가?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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