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제는 내년에도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연구기관들이 내놓은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성장률은 각각 3%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 한국경제성장률은 올해 3%를 밑돌고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조금 높은 3% 정도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경제는 꾸준한 회복세가 예상되지만 이미 한자리수로 내려앉은 중국경제 성장률은 내년에도 둔화세 지속이 예상된다. 여기에다 저유가로 대표되는 원자재가격 약세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듯하지만 원자재 생산국가의 수입수요를 위축시켜 오히려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국내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는 조금이라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기대를 가져보지만, 저성장?저물가 기조는 고착화된 듯하다. 내년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올해 수확기 농산물가격은 어느 품목 가릴 것 없이 해도 해도 너무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을철 대표과일 가운데 하나인 단감은 지난해보다 절반이하로 가격이 폭락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값이 싸니까 소비를 늘릴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1인가구나 2인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을 넘어선 상황에서 농산물가격이 싸다고 무작정 지갑을 열어 과일이나 채소를 구매할 상황도 아니다. 싸다고 무작정 구매하면 냉장고만 가득 채울 테니 난감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가 증가한다는 수요이론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저성장?저물가시대 농가는  어떻게 해야 하나? FTA(자유무역협정) 확산이라는 무차별적인 시장개방과 함께 우리 농업계에, 농업인에게 던져진 또 하나의 화두가 아닐 수 없다.
  경제이론대로 하자면 앞으로 농산물 생산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농업인 입장에서는 어불성설이다. 마땅한 대체작목도 없는 데다, 공산품과 달리 생산기간이 길고 기후 영향도 크게 받기 때문에 생산조정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그동안의 관행을 계속 이어가는 것도 올바른 방안이 아니다. 결국 저성장?저물가시대에는 농가도 영농에 계획적이고 과학적인 경영방법을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최소한 자신이 전업농가라면 먼저, 저물가시대에도 수지를 맞출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인적·물적인 투입요소를 효율적으로 배분해 생산비를 낮추든가, 생산효율을 극대화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농자재 등 투입요소가 필요이상으로 과다 투입돼 돈이 새지는 않는 지, 적시적소에 투입되지 않고 엉뚱한 곳에 쓰이지는 않는지 점검을 해 생산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이제는 과학적이고 새로운 영농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고품질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나서야 한다.
  둘째, 농작물 재배에 나설 때 누구에게 어떻게 팔 것인지 나름대로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작목을 선정, 재배에 나서야 한다. 지금은 공급과잉시대이다. 소비자가 어떤 농산물을 선호하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농산물을 맞춤형으로 생산해야 한다. 소비트렌드를 맞춘 농산물을 생산해야만 시장에서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다. 생산부터 하고, 판매는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으로는 저성장?저물가시대에 수지맞는 농사를 하기 어렵다. 인근 로컬푸드매장에 출하를 할 것인지, 지방이나 서울 도매시장에 출하를 할 것인지, 대형마트에 출하를 할 것인지, 백화점에 출하를 할 것인지, 도시소비자와 직거래를 할 것인지를 미리 결정하고 그에 맞는 농산물을 생산해야 한다.
  농업인도 이제는 경영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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