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집에 쌀이 떨어졌단다. 쌀을 산 게 지난 설 때였으니까 20kg 쌀 한 포대를 한 달 정도 먹었다. 둘째는 집을 나가있다가 주말에나 잠깐 들르니까 연간으로 환산하면 집에서만 1인당 60kg 정도 소비하는 셈이다. 식구 둘이 점심과 저녁을 주로 밖에서 먹는 것을 감안하면 가족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우리 국민 전체 평균소비량을 약간 상회할 것 같다는 계산을 해봤다.
  쌀을 사러 집 근처 SSM(슈퍼슈퍼마켓)을 찾았다. 밥맛 좋은 쌀을 구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쌀 포대에 표기된 표기사항을 통해 밥맛이 좋은 쌀 품종을 선택하는 방법이다. 또 한 가지 방법은 가장 최근에 도정한 쌀을 구입하는 것이다. 도정일 역시 쌀 포대에 표기돼 있다. 그러니까 가장 최근에 도정을 했고, 밥맛이 좋은 쌀을 구입하면 반찬이 그렇게 많지 않아도 밥 한 끼를 게 눈 감추듯 뚝딱 해치울 수 있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주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모르는 분들이 더 많아 서설이 길었다.
  SSM에도 많은 종류의 브랜드 쌀이 손님을 맞고 있었다. 쌀 판매대를 기웃기웃 거리다 “이것은 아닌데…” 하는 말이 나도 모르게 밖으로 튀어나왔다. 품종을 확인하다보니 ‘혼합’이 생각보다 많았다. 요즘 시중 쌀값은 수확기보다 낮게 형성되는 역계절진폭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RPC(미곡종합처리장)에서 궁여지책으로 품질이 좋은 쌀과 품질이 떨어지는 쌀을 섞어서 싼 값에 팔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판단이 들었다. 하지만 정도가 심했다. 브랜드 이름만 대면 다 알 수 있는 유명 브랜드 쌀마저도 품종을 ‘혼합’으로 표기해 출시되기까지 했다. 품종을 혼합한 쌀은 밥맛 좋은 단일품종 쌀보다 밥을 지었을 때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쌀 사기를 그만두고 대형마트로 발길을 옮겨봤다. 언뜻 보니 그곳 역시 집근처 SSM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잡곡 매장이 쌀 매장보다도 더 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소포장 쌀이 더 많다는 점 이외에는….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소포장 브랜드 쌀에서 품종표시가 더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가 측면에서 소포장 쌀이 20kg 쌀보다 비싼데 기인한다는 판단을 해봤다. 또 한 가지 차이점을 찾을 수 있었다. 같은 브랜드도 약간씩 다르다는 점이다. 포장 디자인에서 약간씩 차이가 났고, 브랜드명에 약간의 수식어가 붙는 경우도 있었다. 해당지역의 구매력 정도에 따라 RPC가 단일품종 브랜드 쌀을 공급하거나 혼합 브랜드 쌀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하는 게 아닌가 하고 나름대로 판단을 했다. 소위 차별화된 타깃 마케팅이다.
  어찌어찌하다가 고향에서 출하된 브랜드 쌀을 볼 수 있었다. 고향은 쌀농사를 그렇게 많이 짓는 지역이 아니다. 그래서 큰 기대를 않고 쌀 포대 표기사항을 들여다봤는데 단일품종 브랜드 쌀이다. 지난겨울 고향에 잠깐 들렀다가 지역농협 앞에 “공공비축미로 OO벼만 매입합니다”라고 쓴 플랜카드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고향에서는 OO품종만 공공비축미로 매입을 하다 보니 농가들 대다수가 OO품종을 재배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브랜드는 고객과 소통하는 첫 걸음이다.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받으면 브랜드 자체는 큰 자산이 된다. 애플, 구글, 코카콜라, 삼성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는 수백억 달러의 가치를 갖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농산물 브랜드 전략도 개방화시대를 맞아 우리 농산물에 대한 신뢰확보 차원에서 도입됐다. 수입이 자유화된 쌀의 브랜드 관리는 더욱 절실하다. 브랜드가 고객으로부터 신뢰는 받기 위해서는 품질이 균일해야 한다. 품질이 들쭉날쭉하면 그 브랜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품질관리를 하지 않아 밥맛이 들쭉날쭉한 브랜드 쌀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브랜드 쌀 품질관리는 재배단계의 품종통일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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