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이 위기다. 국내 축산업은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BOP(국제수지)조항을 졸업하면서, UR협상이 시작되면서, WTO체제가 출범하면서, 축산선진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가 시작되면서부터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축산업만이 아니라 국내 1차산업 자체가 위기의 연속선상에 놓여왔었고, 지금도 위기이고, 앞날은 더 어둡다.
  농축수산업의 위기는 대외적인 요인에 의한, 다시 말해 시장개방에 기인했다. 하지만 요즘 축산업을 엄습한 위기는 대외적인 요인은 두 번째다. 국내적인 문제에 의한 위기가 더 핵심이고, 그동안 축산업의 목을 죄어온 상황과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준다. 국민축산포럼이 2년간의 활동을 마감하면서 지난 6월 내놓은 ‘한국축산, 이대로는 안 된다’ 보고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국내 축산업을 위기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축산업의 위기는 시장개방에 따른 경쟁력문제였지만, 오늘날 축산업의 위기는 축사환경문제·무허가축사문제·가축질병문제에서 기인한다. 그야말로 삼각파도가 축산업을 덮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 문제는 그야말로 축산업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먼저 축산환경문제는 축사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환경오염이다. 환경오염과 악취는 구르는 돌이 박힌 돌을 뽑아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축사에서 발생하는 악취 때문에 축산을 하지 말라는 민원이 빈발하고 있다.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나아가 축산농가간 가축사육거리까지 제한하고 있다. 조상 대대로 축산을 해온 농가도 주변의 민원으로 축산을 포기하거나, 궁여지책으로 축사를 옮겨야만 하는 위기에 빠져 있다.
  무허가축사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법률’은 2018년 3월 24일까지만 무허가축사를 허용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이날까지 무허가축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축산농가는 그 다음날부터 무허가축사에서 양축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국내 축산농가는 규모화·전업화하는 과정에서 완전무허가, 불법증축, 창고·퇴비사 타용도 전용 등등을 통해 70%가 무허가축사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추정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해소하기에는 너무나도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무허가축사문제는 축산업의 위기 중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가축질병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축산업의 목을 더욱 옥죄고 있다. 구제역과 고병원성AI 발생은 축산농가에만 피해를 주는데 그치지 않고, 국민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축산농가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국민들은 가축질병에 대한 피로감속에 축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축산업은 그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하면서 농촌경제의 중추적인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축산물 생산액은 2014년 기준 18조 7819억 원으로 농업생산액 44조9168억 원의 41.8%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국내 축산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을 발전할 수 없다.
  축산농가들은 이들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이들 축산농가에게 다양한 대책을 수반한 자금지원은 물론이고 R&D를 통해 가축질병·환경·악취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보급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무허가축사 적법화 시한을 연장에도 나서야 한다. 무허가 축사 적법화 시한을 연장해야 하는 이유는 정책 담당자들이 더욱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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