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수확기를 앞두고 쌀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쌀 시장은 폭풍전야의 형국을 맞고 있다.
  4년 연속 풍년이었던 적이 거의 없었던 만큼 올해 쌀 수급은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가 여실히 무너진 것이다. 쌀값은 9월 15일 현재 13만원 중반까지 떨어졌다. 이는 20년 전인 1996년대 쌀값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쌀국감’이라고 해도 될 만큼 쌀 값 하락 대책을 촉구하는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농정 사상 초유의 쌀값 하락사태에도 정부의 대처는 긴박하거나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힐책이었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올 쌀 수급 상황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벼 재배면적은 전년대비 2만ha 감소한 77만 9000ha이다. 9월 현재 포기당 이삭 수는 21개로 전년대비 0.1개가 작고, 이삭 당 벼알수도 84.2로 전년대비 0.8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작황이 지난해보다 나아졌다고 해도 재배면적이 줄어든 만큼 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와 관련 올해 쌀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13만톤 감소한 420만톤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쌀시장은 아직도 요동치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지난해 정부가 약속했던 시장 격리 물량 35만 7000톤 중 잔량 1만 4000톤의 가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수매되지 않고 있으며, 이 물량이 그대로 시장에 투매되면서 쌀 시장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정부의 관측과 달리 쌀 가격이 앞으로 더 하락할 것이란 불안심리가 시장을 더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뿐 아니라 지난해 실제 쌀생산량이 당초 통계청의 9·15작황 때보다 약 7만톤이나 많은 것으로 집계되면서 시장 격리의 시기를 분산시켜 골든 타임을 놓쳤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생산조정제 도입이나 쌀산업 5개년 종합계획에 수록돼 있던 ‘자동 시장격리제’ 등 정책적 보완대책도 생산 과잉으로 쌀 시장이 요동칠 때만 ‘반짝’ 논의되다 수급이 안정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수면 아래로 사라지는 현상을 반복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쌓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쌀은 농업분야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워낙 큰 만큼 쌀 시장의 위기는 농업계 전체 위기로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쌀 산업은 이와 함께 식량안보와 홍수조절, 토양유실방지, 지하수 함양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공익적 기능과 통일 대비 기능도 함께 하고 있다 할 것이다. 쌀 시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의 보다 신속하고 빠른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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