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 격랑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지금 나라 안팎 상황은 ‘격랑’ ‘격동’ 그 자체다. 국민들은 그 가운데 서 있다. 어디로 방향타를 잡아야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어떻게 방향타를 잡을지, 국내 정국이 어떻게 풀릴지 안개속이다. 언제 시대와 역행하고, 낙오될지 모르는 형국이다.
범위를 농업부문으로 좁혀도 마찬가지다. 국익을 위한다는 기치를 높게 들고 세계 각국과 무차별적으로 체결한 FTA(자유무역협정)는 농업인의 설자리를 앗아가고 있다. 이제 막 FTA파장이 국내 농업에 본격화되기 시작하는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FTA재협상을 강행할 태세다. 트럼프의 FTA재협상은 한국시장을 더 열라는 요구다. 공산품 수입으로 입는 미국의 피해(?)를 농축산물 수출을 통해 만회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김영란법은 시행 전에 이미 우려한대로 농축수산물 소비위축을 불러오고 있다. 꽃은 갈 곳을 잃었고, 한우가격은 김영란법 시행이후 폭락사태를 겪고 있다. 한우고기 소비가 줄어드니 한우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만 열심히 키워온 한우농가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맞았다. 앞날은 더 암울하다.
쌀값은 폭락의 깊은 수렁으로 더더욱 빠져들고 있다. 산지 쌀값은 80kg 기준 13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20년 전 가격이다. 변동직불금을 통해 하락분의 85%가 보전되고 있지만, 수확기 산지 쌀값 폭락사태는 앞으로 목표가격 하향을 통해 쌀 산업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크다. 변동직불금으로 들어가는 재정은 또 얼마인가? 전면적인 FTA시대를 맞아 국민들이 언제까지 국내 쌀 산업에 대한 애정을 보여줄지는 차치하더라도.
이 정도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예산당국은 이참에 ‘농업진흥지역 폐지 추진’을 들고 나왔다. 농지를 팍 줄여서 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얄팍한 심사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여기에 일부 정치인까지 가세하고 있다. 수입만능주의 사고가 빚어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농업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을 해 봤다면 상상조차 못할 일들이 거리낌 없이 벌어지고 있다.
어려울수록 같이 가야하고, 상생해야 한다. 1998년 외환부족사태로 겪은 IMF관리체제는 어느 누구 혼자의 힘으로 이겨낸 게 아니다. 국민 모두가 힘을 모은 결과이다. 우리 경제가 올해 들어 급격하게 어려워지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고 있다고 한다. 이미 잃어버린 20년의 장기불황터널에 진입했다는 진단과 경고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위기국면에서 살아남으려면 같이 가야하고, 애정과 신뢰관계가 구축돼야 한다. 농업인과 소비자, 농업인과 정부, 농업인과 제조업·서비스업 종사자 모두가 서로가 사랑하고 신뢰해야 직면한 난국도 극복할 수 있다. FTA로 이득을 본 분야는 피해를 본 계층과 분야를 보듬어줄 줄 알아야 하고, 20년 전 수준으로 폭락한 쌀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생산농민의 고충이 얼마나 클지 헤아려봐야 한다. 농업인은 소비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상생이 답이다! 정치권의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 막중해졌다.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국민의 마음을 한곳으로 모으고, 상생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FTA로 이익을 보는 부문에서 피해를 보는 농업·농촌부문 지원에 연 1000억 원 씩 10년간 총 1조원의 기금을 조성하는 내용의 상생기금법안이 지난달 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했다. 정치권은 이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의결해 도시와 농촌, 제조업계와 농업계가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시금석을 놓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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