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쌀 TRQ(저율관세할당) 물량 수입을 마무리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WTO(세계무역기구)가 규정한 쌀 의무수입량을 채우기 위해 밥쌀용 2만5000톤, 가공용 9만1036톤 등 총 11만6036톤에 대해 구매입찰을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2014년 9월 쌀 관세화를 위해 513%의 관세율을 통지하면서 밥쌀용 쌀 의무수입 30% 조항을 삭제했지만 관세화 협상을 이유로 밥쌀용 쌀 수입을 계속해 왔다. 농민단체 등에서는 513% 관세율 확보에 밥쌀용 쌀 수입이 얼마나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짙다.
특히 최근 쌀값 대폭락 등 쌀 문제가 불거진 와중에 대형마트 등을 통해 밥쌀용 수입쌀과 찐쌀이 소포장된 채 팔리고, 우리 식탁 위에 오르고 있어 문제시됐다. 쌀 농업인들은 이처럼 밥쌀용 수입쌀이 낮은 가격을 무기로 야금야금 영역을 넓히고 있는 터라 밥쌀용 쌀 수입에는 더욱 민감하다. 농민단체들은 “밥쌀용 쌀 수입은 농업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강력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그간 농식품부는 쌀값 하락이 지속되자 수확기 쌀 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 9월부터 밥쌀용 쌀 수입을 미뤄오다 이번 입찰을 실시했는데 공교롭게도 올 수확기 들어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쌀값이 처음으로 소폭 상승한 시점에 이뤄졌다. 이는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브레이크 없이 하락하던 산지 쌀값이 첫 상승 전환을 했지만 아직도 예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시점에서 밥쌀용 쌀 수입 물량을 털어낸 셈이어서다.
정부는 국내 산지 쌀값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방출은 내년 4~5월 이후로 미루겠다고 했지만 농민단체들은 ‘농업의 목숨 줄을 죄는 행위’라고 성토하고 나섰다. 당장 정부가 수입한 밥쌀용 쌀을 방출하지 않더라도, 밥쌀용 쌀 수입이 이뤄진다는 심리적 요인이 더해지면 현재도 힘든 쌀값 지지가 이뤄질리 만무해서다.
최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쌀값 안정화를 위해 쌀 의무수입물량에 대한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문제제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안 도지사는 “국제무역기구가 대한민국 정부와 논의해 시장개방을 한 시점으로부터 의무수입물량을 해제시켜 주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는 만큼 앞으로 세게 문제제기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연내 발표하겠다던 ‘2017년 쌀 중장기 수급안정 보완대책’도 AI(조류인플루엔자) 등 현안에 밀리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 논리대로 국제사회와의 합의로 밥쌀용 쌀 수입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순서가 틀렸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쌀값 하락으로 눈물 짓고 있는 농업인들을 위한 실효적인 대책 마련이 먼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