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새해 벽두부터 농기계가격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분분하다.

농협농기계은행사업으로 인해 농기계 시장이 왜곡됐다. 최저가 입찰이 바람직하지 않으니 입찰에 참가하지 않아야할 것 아니냐. 농기계기업 입장에서 농협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지 않느냐. 저가의 농협 농기계 가격은 민간농기계대리점의 목을 옥죄고 있다. 원가자료 제출과 융자의 연계 정책은 표류하고 있다. Tier 4 엔진 장착을 빌미로 국산 농기계가격을 올리려 하고 있다. 등등…

향후 농업인들의 농기계 수요행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를 예측하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결과도 예측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가성비’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구매하려고 노력한다.

이는 브랜드의 소멸, 가치의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브랜드 속에 숨어 있던 품질, 가치 부분이 이제는 가격과 함께 표면화되고 이를 기준으로 소비자들은 상품을 구매한다. 경기침체와 정보의 발달 아래에서 실질적인 결과 내지는 성능을 중시하는 세대들이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농기계에 대한 수요도 가성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으로 농업인들의 구매행태가 움직이면 토종 농기계의 국내 시장에서의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우선 가격 경쟁력이 외국 경쟁 제품에 비해 결코 우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초 시도하고 있는 국내기업들의 가격인상은 더욱 더 경쟁력 약화를 부추길 것이다. 일부에서 토종 농기계의 품질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농업인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농업인과 중간 유통업체들, 그리고 중고 농기계를 취급하는 많은 이들은 우리 제품이 우월하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들은 다양한 정보수집망을 가지고 있어 쉽게 관련정보를 수집하고 제품간 가격 대비 성능을 비교할 수 있다.

국내 농기계 기업과 농기계가 사는 길은 프라브족(Proud Realisers of Added Values : 부가 가치를 새롭게 깨달은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품질과 성능까지를 고려한 가격 대비 만족도를 높이는 농기계를 생산, 판매해야 한다. 정부에서 추진한 원가조사의 근본 동기가 상대적으로 고가인 국산 농기계가격의 안정화 나아가 품질개선 유인이라면 그들의 정책을 겸허하게 재고해야 한다. 수단에 어려움이 있다면 다른 방법이라도 강구해야 한다. 원가조사를 둘러싼 볼썽사나운 풍문은 어리석은 발등 찍기가 될 수도 있다. 이제 우리 농업인들에게 애국심을 자극해 국산 농기계만을 구입하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회자된 가격 10%인하와 작금 추진되는 가격인상을 심각하게 재고해야한다. 물론 품질개선을 위한 노력도 배가해야 한다. 농업인들의 농기계 구입행태는 토종 농기계 업체들의 업스케일 마케팅(Up-Scale Marketing :높은 가성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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