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계 풋고추(청양고추)의 시세 폭락 사태가 장기화 되고 있다. 청양고추는 물량증가와 소비 침체가 맞물리면서 지난 겨울부터 시세가 바닥세를 보이고 있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3월 청양고추 가격은 상품 10kg상자에 상순은 2만 9520원, 중순 2만 3060원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2만 480원까지 하락했다. 4일 현재에도 2만 1623원을 보이며 반등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달까지 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3월(1~17일) 평균 가격을 전년과 비교하면 올 3월은 2만 7081원인데 비해 지난해는 7만 780원으로 무려 61.7%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년과 대비하면 53%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반입량은 전년과 평년대비 각각 17%, 31% 많은 수준이었다. 

이처럼 청양고추 가격이 급락한 가장 큰 이유는 최근 2년간 청양고추의 시세가 더할나위 없이 좋았던 때문이다. 가격 호조로 겨울철 풋고추 주산지인 경남지역의 청양고추 재배면적이 크게 증가해 3월 출하면적이 약 11%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청양고추 착과와 수량에 영향을 미치는 일조량이 증가하고, 병해충 피해도 나지 않아 단수도 6%나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경기불황과 청탁금지법, 구제역, AI(조류인플루엔자) 등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변수가 발생했다. 이들 악재들은 곧바로 소비위축으로 이어졌다. 청양고추 소비는 가정용보다는 외식업체의 수요가 높았던 것이다.

이같은 폭락세로 정부와 농협등도 뒤늦게 대응책을 펴고 있지만 하락세를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공들여 키운 청양고추를 시장에 출하하지도 못하고 산지에서 폐기하는 특단의 대책을 폈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지난달 20일까지 산지 폐기한 물량은 140여톤에 달했다.

다른 품목과 달리 소비촉진대책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품목 특성상 가격할인이나 소비촉진이벤트를 한다고 소비가 한꺼번에 늘어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같은 농산물 가격 폭등락 사태는 사실 어제 오늘이 아니다. 매해 널뛰기하는 농축수산물 가격으로 정부는 정부대로, 농협은 농협대로, 상인은 상인대로, 언론은 언론대로 우왕좌왕하는 일을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연일 이어지는 폭등락 사태를 지켜볼라치면 농사를 짓는 일은 마치 투기를 하는 건가라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청양고추 농가들은 무슨 근거로 2년간의 시장 호조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국내 수요를 감안해 적정 재배면적은 얼마로 생각했는지, 시장 가격 하락 예측은 불가능했던 것인지 등등을 되짚어봐야 한다.

이제라도 생산농가(단체) 스스로 사전에 시장 상황을 조사하고, 작황상황을 체크하고 과잉시 출하전략과 홍보계획을 세우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같은 일은 농가 개개인이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청양고추를 생산하는 농가들이 이제라도 삼삼오오 모두 모여 이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보자. 산지를 조직화해 뭉치면 살 수 있다는 ‘진리’를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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