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지속가능성'에 주목하라
現 직불제 체계개편 단순화…제도운영·모니터링 효율성 제고
농업 공익적 기능 헌법에 명시…국민적 공감대 형성
농업예산 확충…공익형 직불제 재원으로 활용해야

농업계는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농정개혁 첫 단추가 ‘직불제 개편’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안정적 농가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직불제 중심 농정으로 과감히 전환해 나가겠다고 공약해 직불제 개편에 대한 농업계의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특히 농업계에서도 선진국처럼 우리 농정이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 ‘산업정책’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나가고 다원적 기능을 제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농업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직불제 개편 관련 논의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직불금 예산 중 5%만 공익 직불

새정부는 경쟁과 효율 중심의 농정에서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농정의 방향을 전환하고 이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공익형 직불제 확대를 공약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공익형직불제와 청년직불제를 검토 중으로 농정개혁이 직불제 변화에서부터 시작돼 농정의 기본틀을 새로 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9개의 직불제를 운영 중이나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제고하는 역할이 미미하고 공익형 직불제의 예산 비중은 한 자리 수에 머물고 있어 실질적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 직불금 예산의 약 86%가 생산과 관련된 소득보전 직불이고 공익적 기능을 제고하기 위한 직불(친환경농업직불, 조건불리직불, 경관보전직불)의 비중은 5%에 그친다.

또한 논·밭 직불제의 이행조건인 농지유지 수준이 낮고 환경보전 등과 같은 국민 기대에는 미흡하다. 특히 쌀 중심의 직불제로 인한 다양한 문제가 야기돼 직불제 제도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 농업계가 동감하고 있다. 변동직불금 지급확대로 재정 부담이 증가하고 농업예산운용에 제약이 발생하는데다 생산유인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농정예산 중 직불금 예산 비중을 비교해보면 EU(유럽연합)는 71.4%(약 50조원, 2015년), 스위스 75.0%(약 3조2000억원, 2014년), 일본 33.6%(약 7조7000억원, 2016년)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에서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조9000억원, 2017년)이고 2010년부터 올해까지의 평균은 이보다 더 낮은 11.3%에 그친다. 올해 농식품부 예산에서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은 쌀 변동직불금이 역대 최대인 1조4900억원이 지급된 데 따른 것이다.

# 직불제 단순화 필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세미나에서 직불제 개편의 기본방향에 대해 품목단위의 직불제를 농지단위로 접근하고 공익적 기능 확충을 통해 다원적 기능 수행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봤다. 또 통합적인 관점에서 다수의 현 직불제를 단순화하고 거버넌스 체계 개편을 통해 제도운영과 모니터링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직불제의 역할을 이행조건 강화를 통한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수행, 지속가능한 농업 실현을 위한 수단, 직불제 지급을 통한 농가소득 보장으로 보고 중장기 구조개편을 통해 농지관리직불과 농업·농촌환경보전정책사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김태훈 농경연 연구위원은 “쌀 직불제와 밭 직불제를 통합, 농지관리직불로 개편해 기본직불로 하고 농가를 대상으로 이행조건을 준수하게 해야 한다”며 “농업·농촌 환경보전 정책사업은 대상을 지역, 마을 단위로 하고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수행하는 다양한 형태의 정책사업을 발굴해 지역실정에 맞게 조정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에 공익적기능 보상 명문화

농업계는 효과적으로 농업직불제를 확충하고 공익형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시 농업조항을 독립적으로 신설하고 농업의 역할과 기능, 국가 지원의무에 대한 철학과 근거를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위스나 일본처럼 농업의 공익적 기능 보상을 헌법에 명문화해 농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며 “개헌 논의와 관련해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헌법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농업은 다른 산업과는 달리 국가에 기여하는 공익적 기능이 커서 보호해야 하며 국민적 공감을 얻어 농업인을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김 장관이 개헌논의에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포함시키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농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명문화하면 헌법 정신을 바탕으로 농업·농촌이 발휘하는 공익적 기능에 대한 국가 지원을 보다 높은 차원에서 정당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 속에 미래지향적 농업과 농촌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산 확충 선결돼야

특히 농업계는 직불제의 가장 근본적인 전제조건은 직불금 확대를 위한 예산확보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예산확보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협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 향상과 농촌사회 유지를 위해 공익형 직불제를 핵심적인 정책수단으로 보고 농업예산을 확충해 공익형 직불제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협중앙회 농협미래경영연구소 관계자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 농식품부 예산은 매년 0.2%씩 감소하고 있지만 국가전체 예산은 매년 4.6%씩 증가하고 있는 실정인 만큼 매년 국가예산 증가율 이상의 농업예산 증가가 필요하다”며 “농업직불금 등이 포함된 정부의 재정지불액 수준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수준인 9.4% 이상으로 확대해야 직접적으로 상당한 소득지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직불제 개편 방향과 관련해서는 직불제 개편 논의가 자칫 쌀 직불금 축소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직불제 개편은 쌀 직불제 편성 예산을 줄이는 방향은 지양해야 한다”며 “더 많은 농정 예산을 확보해 농업의 다원적 기능 수요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 방식으로 설계, 지역 특성이나 농가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은 농민단체의 입장과도 궤를 같이 한다. (사)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쌀 직불제는 쌀 농가의 소득·경영안정을 위한 핵심 정책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축소하는 방향으로의 정책 개편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농연은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에 따른 농가소득 하락 보전, 쌀 등 주요 정책대상 품목 농가의 농업경영 불안정 해소 등을 위해 현행 소득보전형 직불제는 유지·개선하고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해 다원적(공익형) 가치를 증진하기 위한 직불제를 대폭 확대·시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농-소농 양극화 줄여나가야

직불금 산정기준이 재배 면적에 비례함에 따라 대농과 영세농 간 소득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다는 점도 개편시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꼽힌다. 소득이 더 많은 대농에 직불금이 집중되면서 직불금 취지인 농가소득 안정과 농촌의 균형적 발전에 부합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5년 전체 직불금 수령자 중 9.6%인 대농과 기업농은 농가당 평균 350만원의 직불금을 수령한 반면 75.8%에 달하는 영세농은 농가당 28만원을 받아 12배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 쌀 고정직불금의 경우 12.7%의 대농이 농가당 평균 427만원을 받은 것과는 달리 67.8%에 달하는 과반수 이상의 소농의 직불금은 42만원에 그쳤다.

이와 관련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정책연구실장은 “지급상한 조정과 영세소농에 대한 정액지급 구간 등 영세소농에 대한 소득 안정망을 확충해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임차농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인만큼 상가임대차 보호법과 유사한 수준으로 임차농의 최소한 법적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밖에도 공익형 직불 확대 시 상호준수의무 이행 농가 교육 및 점검·관리를 청년·여성 일자리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해 정책효과를 배가시킬 필요성과 농업직불제 수행으로 인한 정책효과를 계측할 수 있는 성과지표의 개발 등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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