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날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에 밀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FTA효과를 먼저 분석한 후 검토해 보자는 우리측 주장은 전혀 먹혀 들어가지 않았다.

한미 양국은 지난 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2차 한?미 FTA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개정절차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통상절차법에 따라 국회 보고와 경제적 타당성 평가,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치고, 미국 역시 TPA(무역촉진권한법)에 따라 의회 협의과정을 거쳐 개정협상 개시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행정부가 협상개시 90일 전에 의회에 협상의향서를 통보해야하기 때문에 협상 개시는 내년 초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정 협상시 미국측이 보완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자동차와 철강, 그리고 지금도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농업분야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71억 8200만 달러에 달한다. 이에 반해 한국의 대미 농축산물 수출액은 고작 7억 1800만 달러로 대미 농산물 무역수지 적자는 심각한 수준이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축산물은 물론 체리와 오렌지, 건포도 등 과일류의 관세가 철폐되면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 농축산물의 자급률도 급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2013년 50%에 달했던 한우 자급률은 지난해 37.7%로 뚝 떨어졌다. 또 체리 수입이 급증하면서 해당 품목의 수입증가 뿐 아니라 다른 과일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과일 산업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또 미국과의 개정협상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 협상을 통해 미국에 조금이라도 시장을 더 열어줄 경우 그렇지 않아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심기가 불편한 중국은 가만히 있을까. 우리나라와 연달아 FTA를 체결한 EU와 캐나다, 호주는 그대로 보고만 있겠나.

한·미 FTA는 지금도 우리에게 불리한 협상이다. FTA발효 이후 양국간 교역에서 우리나라가 연간 200억 달러 내외의 무역수지 흑자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6년 미국의 국제무역위원회(USITC)가 발표한 FTA 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완화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만일 양국간 FTA가 체결되지 않았다면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는 2015년 기준 440억 달러에 달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과의 FTA재협상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를 또 한번 흔들어 놓을 뿐 아니라 회복하기 어려운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행여 농축산물 시장을 조금이라도 더 열게된다면 FTA파고를 버티며 힘겹게 시장을 지키고 있는 국내 농축산 업계 전체를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 있는 ‘악재 중의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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