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청양계 풋고추(청양고추) 폭락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시장 출하물량이 다소 줄어들면서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평년 시세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면서 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aT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2일 10kg기준 청양고추 가격은 5만1594원으로 평년대비 49.5%나 하락했다. 지난달 하순 2만8763원, 1월 중순 4만2936원에 비해 상승세이긴 하나 10만원대를 호가하던 평년에 비하면 생산비도 건지기 어려운 시세이다.

예년처럼 겨울철 높은 시세를 기대했던 농민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폭락사태를 맞으면서 작목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올해도 가격이 폭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지난해에 이어 김영란법 여파 등으로 인한 소비위축과 부진한 경기 여파, 단수 증가로 인한 생산량 증가, 출하시기 중복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생산자단체와 농민단체, 지자체, 정부 등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평년시세를 회복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양고추는 다른 품목과 달리 소비촉진대책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운 품목이다. 안하는 것보다는 낫긴 하겠지만 청양고추는 가정용보다는 외식업체의 수요가 많은 만큼 경기가 갑자기 호황을 보이지 않고서야 소비가 늘어나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가정용 소비 역시 가격할인행사를 한다한들 1봉지 사던 가구가 2봉지로 수량을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청양고추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조명하는 ‘기획 홍보’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이는 적지 않는 비용과 높은 수준의 기획력이 있어야 한다. 청양고추의 경우 이제 막 자조금 사업을 시작한 만큼 이것 역시 당장에 추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같은 농산물 가격 폭락사태는 사실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청양고추만의 문제도 아니다. 언제든 또 다시, 다른 품목에서도 폭등락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이제는 농업인 스스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에 접근해야 한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토론과 전문가(활동가)들의 제언 등을 통해 농가들의 자발적인 조직화에 대해 논의돼 왔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청양고추를 생산하는 모든 농민들이 사전에 생산과 출하를 조절해 나갈 수 있는 자발적인 조직화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청양 고추 뿐 아니라 매년 가격 급등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마늘, 양파, 무, 배추 등 각 품목별로 생산자 조직화를 서둘러야 한다.

이를 통해 내년도 시장 상황을 체크해 보고, 적정 재배면적을 얼마로 할 것인지, 적정 시장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면적을 늘려야 할지, 줄여야 할지, 남는 물량에 대한 판매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체계적인 계획과 검토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같은 시장 대응은 농가 개개인이 추진하기 어렵다. 각 품목별로 전국의 농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생산자 중심의 조직화에 나서야 한다. 내년에 또 다시 이같은 폭락사태를 맞지 않기 위해서 이제라도 뭉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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