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축산업, 규제와 육성책 균형 이뤄야

최기수 발행인l승인2018.01.3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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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四面楚歌). 사전적 의미로는 사방에서 들리는 초(楚)나라의 노래라는 뜻이다. 적에게 둘러싸인 상태나,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고립무원의 상황을 일컫는다. 중국의 역사학자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 항우본기에서 유래한다. 초패왕 항우와 한나라 유방이 마지막 결전을 벌일 때, 한나라 군이 초나라 군의 사기를 꺾기 위해 심리전으로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를 울려 퍼지게 해 결정적인 승기를 잡게 된다. 국내 축산업이 마치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국내 축산업은 규제라는 덫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 빠져있다. 환경규제와 가축질병 방역을 위한 규제는 축산업의 목을 옥죄고 있다. 축산농가는 오는 3월 25일부터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허가축사에서 양축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이 법을 어기는 축산농가는 사육중지, 축사폐쇄명령 등 행정처분과 함께 벌금도 물어야 한다. 오는 3월 25일부터 이들 농가는 졸지에 범법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된다.

가축질병과 관련한 규제는 도를 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고병원성AI(조류인플루엔자) 발병은 축산농가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은 물론 국민에게도 불편을 준다는 점에서 발생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때문에 일정한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전해오는 소리는 도를 넘어서는 규제를 위한 규제, 단속을 위한 단속이 판을 치고 있다고 한다. 가축질병 예방은 축산을 위한 활동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축산을 위한 방역이 아니라 방역을 위한 축산이라는 볼멘소리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 축산업은 유방에게 패한 초패왕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국내 축산업은 그동안 비약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홀대를 받아왔다. 축산업은 농림업 생산액의 40% 이상을 점유하는 수준으로 성장을 했지만, 부가가치는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환경문제 유발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서 평가절하 돼 왔다. 하지만 최근 축산업은 부가가치 10조원을 넘는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실질적으로 농촌경제를 떠받치는 산업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지난해 축산업 부가가치는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었고, 부가가치율도 49.8%로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축산물 안전성과 쾌적한 환경, 가축질병 예방을 위한 규제는 불가피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축산업은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축산업이 갖는 긍정적 측면을 깡그리 무시할 수는 없다. 지금과 같은 규제일변도 정책은 축산업을 사지로 몰아넣는 결과를 가져올게 뻔하다.

그렇다고 하소연만 하기에는 축산업을 둘러싼 상황이 너무 나쁘다. 외부의 관심과 사랑, 도움 없이는 축산업계가 당면한 현재의 난국을 돌파하기 어렵다. 축산업 외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축산업 종사자들의 자성도 필요하다. 축산농가 스스로 가축질병을 줄이려는 각고의 노력을 펼쳐야하고, 축산환경개선을 통해 악취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일에도 두 팔을 걷고 나서야 한다.

국민을 안심시키고, 쾌적한 환경을 지키기 위한 규제는 규제대로 하되, 축산업 발전을 위한 육성정책도 같이 펼쳐져야 한다. 규제와 산업육성 간에 균형을 맞추는 정책이 절실하다. 정책당국의 의지와 축산농가의 자구노력이 동시에 전개돼야만 국내 축산업은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
 


최기수 발행인  creative@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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