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세계무역기구)는 지난 2월 22일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제한됐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조치에 대해 차별적이고 필요이상의 무역제한이라며 분쟁조정패널에서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비록 우리 정부가 WTO분쟁해결절차에 따라 상소를 제기할 예정이지만 1심에서 패소한 상황을 뒤집기는 지난한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멀지않은 시간내에 방사능 오염 위험이 있는 일본 수산물이 우리 식탁에 오를 수도 있다.

이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즉각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방사능 오염의 위험이 있는 수산물을 절대 수입해서 안된다고 성토하며,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사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출 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여기에 당시 수입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결과 방사능 오염이 확인돼 반송된 물량이 20톤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그 불안감은 더하다.

이처럼 국민 먹거리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사례는 일본산 수산물뿐만 아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의 쇠고기·닭고기 수출업체가 유통기한이 지난 고기를 시중에 판매하다 적발되면서 브라질산 부패고기 파문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브라질 정부 역시 각국이 취한 수입규제 조치가 지나치다며 이 문제를 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의 소해면상뇌증(일명 광우병) 발생,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 등 지금 이 시각에도 각종 사건·사고들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같은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위생·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국내산 농축수산물 역시도 직격탄을 맞는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수입 농축수산물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국내산으로 대체 소비하는 성향이 나타났으나 지금은 아예 문제가 된 품목뿐만 아니라 농축수산물에 대한 소비 자체를 줄이거나 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크다. 경기침체와 가계부채 증가 등에 따른 소득 양극화로 가격에 비해 제품의 성능이 얼마나 많은 효용을 주는가를 따지는 ‘가성비(價性比)’가 소비트렌드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가성비 이외에 가격 대비 만족도, 즉 안전성을 중시하는 ‘가심비(價心比)’가 소비트렌드의 한축을 이루면서 생긴 변화다. 이미 AI와 살충제 계란 사태를 겪으면서 느꼈듯이 소비위축문제는 해당 품목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 여부도 마찬가지다. 자칫 위험성 있는 일본산 수산물이 수입될 경우 국내 수산물 소비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국내 수산업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일본산 수산물을 허용하라는 WTO의 판결에 대해 그 부당성을 적극 알리고 차후 상고과정에서 위험성에 대한 구체적이고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 대비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 식탁의 안전성을 지키는 일인 동시에 국내 수산물시장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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