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가장 깐깐한 친환경 농산물 인증마크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에는 많은 인증이 있다. GAP(농산물우수관리), 친환경, 유기농, 무농약, 지리적표시 등이 대표적이다. 각자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이들 인증과 이를 드러내는 인증마크들이지만 마치 인증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듯하다.

위 질문은 최근 참석했던 심포지엄 주제발표 가운데 나왔던 설문조사 자료의 일부이다. 설문은 간단했다. GAP, 유기농, 무농약 인증마크를 각각 보여주고 이 중 가장 깐깐하다고 생각되는 친환경 농산물 인증마크 아래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 뿐이다.

하지만 이처럼 간단한 설문에 대한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가장 많은 스티커를 얻은 것은 유기농, 다음이 GAP, 무농약 순이었다. 농업인이라면 누구나 무농약 재배가 유기농 재배보다 어렵다는 것 정도는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의 인식은 말 그대로 ‘혼돈의 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더하여 GAP는 사실 친환경인증도 아니지만 소비자는 이러한 차이를 구분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심포지엄에서는 한 발표자가 집 근처 대형마트 친환경·유기농 코너에서 GAP농산물을 함께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하는 걸 들었다. 대형마트 농산물 담당자가 이들의 차이를 몰랐을리는 없다. 다만 매대 구성이나 진열의 편의상, 혹은 소비자가 어차피 모를 것이란 기만 섞인 마음이 낳은 결과였을 것이다. 실제로 이를 제대로 구분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친환경, 유기농, GAP, 무농약 등 인증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는 정신을 차릴 수 없다. 게다가 통합된 인증마크 로고는 이러한 혼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GMO(유전자변형농산물)’나 ‘Non-GMO’ 표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소비자는 안전한 농산물을 고르고, 먹을 권리가 있다. 각종 인증은 이를 돕기 위한 제도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면 그 취지를 충분히 살리기 어렵다. 누구를 위한 인증제도인지 고민을 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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