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상주, 2016년 청송에 이어 지난 21일 새벽 포항에서 또 다시 농약(작물보호제)을 음식물에 넣은 사건이 발생했다. 독성물질인 농약을 사람이 먹는 음식물에 고의로 넣었다는 점에서 참으로 끔직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이번에 고등어탕에 농약이 들어간 사건은 소위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이나 청송 농약소주 사건과는 다소 성격이 다른 것으로 보이지만 언론에서는 이들 사건들의 연장선에서 자극적인 소식을 전하고 있어 자칫 농약에 대한 무비판적인 공포심이나 거부감이 확산되고, 이를 모방한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할까 우려되고 있다.

상식적으로 농약을 음식물에 넣어 음독하거나 남에게 해를 끼칠 의도를 가질 경우 무색·무취한 농약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이번에 포항에서는 시중에 고약한 냄새로 순위를 매기자면 손에 꼽을 정도로 유명한 농약이 쓰였다. 이처럼 악취가 심한 것으로 알려진 약제를 넣었다는 것은 ‘괘씸한 마음’에 ‘골탕을 먹이겠다’는 마음이 물론 있었겠지만 충분히 ‘뭔가가 들어있다’는 의심도 가능케 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명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주된 원인이 냄새이기도 했다.

또한 이번에 사용된 농약은 저독성이다. 제조사에 확인한 결과 독성이 낮아 인명을 해치기에는 적합하지 않는 제품으로 전해졌다. 40년이나 된 농약이다 보니 소위 ‘물약’이라 불리고 있으며 해당 약제를 모르는 농업인이 드물 정도라 한다. 그럼에도 이 약제를 3분의 1가량만 넣었다는 것은 일종의 ‘경고’의 성격이 더 강했으리라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연일 자극적인 기사를 재생산하고 있다. ‘농약 고등어탕’이라는 해괴망측한 이름을 붙인 채 부녀회장직을 둘러싼 어촌주민들의 갈등이 불러온 비극으로 몰아가고 있다. ‘농약=독극물’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곧 ‘농약의 안전관리가 잘 되고 있는가?’를 묻는 기사들이 또 다시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어촌의 끔찍한 농약 고등어탕 사건’을 자극적으로 전하기에 급급했던 많은 수의 언론은 해당 농약의 이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액산’이라는 농약 제품이나 성분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살충제의 성분인 액산을 넣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해지는 희극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을 보이던 핀란드에서는 언론에서 ‘자살’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스스로 금기 시 함으로써 자살률을 크게 낮춰다. 반면 우리는 자극적인 소식을 양산하기 위해 괴로운 과거 사건까지 끄집어내 얽고, 사회적 비극을 더욱 더 잔혹하게 그리기에만 열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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