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 수장은 누가될까? 김영록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6.13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지난 3월 14일 장관직을 사퇴한 이후 시작된 농업계 궁금증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6.13 지방선거는 농정공백 사태를 초래했다. 농식품부장관 만이 아니라 청와대 농어업비서관과 선임행정관까지 6.13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이 6.13 지방선거 직전에 채워지면서 농정의 한 축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농정 수장인 농식품부장관은 여전히 하마평만 무성하다. 어쩌면 신문이 인쇄되는 과정에 지명될지도 모르지만.

문재인 정부 제2기 농정을 이끌어 가야할 농식품부장관의 역할은 그야말로 막중하다. 그는 먼저 농업ㆍ농촌을 둘러싸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대내외 여건에 맞춰 농정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나서야 한다. 농정패러다임 변화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농업계 중론이다. 문제는 그동안 패러다임 변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인식을 하면서도 구두선에 그쳤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는 이전 경쟁위주 농정에 농촌문제와 복지문제를 꺼내드는 패러다임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뒤를 이은 이명박 정부는 농정패러다임 변화를 주창하면서 생뚱맞게도 기업농을 들고 나왔다. 철저한 자본시장논리 속에서 농업ㆍ농촌ㆍ농민을 위한 농정은 실종될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농정패러다임 변화는 과제였지만 과거를 답습하는데 그쳤다. 농정 패러다임은 개방화에 대비한 경쟁력 강화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경쟁논리로 설계된 직접지불제를 사람 중심으로 개편하는데서 시작돼야 한다.

둘째로 새로운 농식품부장관은 대내외적으로 농업계의 목소리를 소신껏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국내 농업은 그동안 3개월 이상 농정수장과 청와대 비서진을 비운 채 돌아갔지만, 큰일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농업에 문제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축산업은 무허가축사 문제로 많은 농가들이 존폐의 기로에 서있는 상황이다.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들 문제는 농식품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한ㆍ미 FTA 재협상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양상이다. 무허가축사 문제는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등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상황이다. 농식품부장관이 정부 내 다른 부처를 대상으로 농업계의 목소리를 소신껏 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에 대한 특별한 애정과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농식품부장관이 할 일은 이 밖에도 부지기수로 많지만, 하나 더 역점을 두어야 할 점은 농업ㆍ농촌에 대한 가치홍보이다. 국내 농림업생산액은 47조원 정도지만 수치만으로 환산하기는 어렵다. 식량안보기능은 기본이고 지역균형발전, 일자리창출, 수자원보존, 전통 및 향토문화 보존, 경관보전, 쉼터제공기능 등 농업ㆍ농촌이 갖는 의미와 가치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 소비자나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소비자나 국민들은 농업ㆍ농촌을 ‘돈 먹는 하마’ 쯤으로 치부하는 경향까지 보여주고 있다. 농업ㆍ농촌에 대한 소비자와 국민들 인식이 저하되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때 우리 농업ㆍ농촌이 어떻게 될지는 너무나도 뻔하다. 지금부터라도 농업ㆍ농촌의 가치를 알리는데 두 팔을 걷고 나서야 한다.

문제인 정부 제2기 농정을 이끌 농식품부장관의 역할과 책임이 너무나도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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