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토마토 궤양병 피해를 입은 강원 지역의 한 농가는 출처가 불분명한 종자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농업인들이 유통이력을 알 수 없는 카피종자를 사는 이유는 무엇보다 값이 싸서다. 고품질의 종자를 정품의 반값도 되지 않는 가격에 살 수 있다니 거부하기 힘든 현혹이다.

그러나 농업인은 카피종자가 내포한 문제점과 그로인한 피해 가능성을 인지해 저렴한 가격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피해가 농업인 자신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걸쳐 퍼질 수 있어서다.

종자를 취급하는 데 있어 유전자 개량을 통한 품질향상만큼 가공·유통·판매과정에서의 품질관리와 병해충감염 예방도 중요하다. 카피종자는 고품질 종자의 유전적 특징은 가질 수 있을지언정 체계적인 품질관리 및 품질균일화 등의 과정은 없이 유통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만큼 정품 종자보다 병해충에 감염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 농업인들은 카피종자와 정품과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해 여러 번 재구매하기도 하는데, 한번이라도 병해충 감염피해를 입으면 그간 저렴한 카피종자 구입으로 아낀 금액을 웃도는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카피종자로 인한 피해는 보상 받기도 매우 어렵다. 카피종자는 출처 확인이 어려워 피해보상 청구 대상이 모호하고 병리검정 방법도 까다롭다. 카피종자 판매자와 구매자 간 분쟁의 소지라도 생긴다면 당사자 간 협의에 이르는 과정은 더욱 복잡해진다. 

카피종자 유통으로 인한 산업계의 피해도 유념해야 한다. 종자 가격은 종자 개발에 따른 비용은 물론, 유통비, 인건비 등을 포괄한다.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값을 낮춘 카피종자의 유통은 업계의 신품종 개발 의욕을 꺾고 장기적으로는 정품 종자시장의 존립 자체를 위협한다.

농업인에게 종자 가격이 문제라면 오히려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 농업인에게 외면 받은 비싼 종자는 자연스레 가격을 낮춘다. 무엇보다 유통이력이 투명하고 품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종자의 유통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농업인이 재배안정성 도모와 농산업계 발전을 위해 싼 종자보다 안정한 종자를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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