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 비상이다. 이 병에 걸린 돼지는 100% 죽게 되는 무서운 병이다. 치료제도 예방약도 없다. 이렇게 무서운 병이 올해 들어 중국 이곳저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중국에서 들고 온 소시지나 순대 등에서 이 병 바이러스가 검출돼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 무서운 돼지질병이 국내에도 상륙하나? 마치 태풍전야 같다.

“아프리카에서 1920년대부터 발생해왔으며, 대부분의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지역에 풍토병으로 존재하고 있다. 유럽, 남아메리카 등에도 과거에 발생해서 결국엔 대부분 근절이 되었지만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는 1960년대에 풍토병으로 되어 이 질병을 완전히 근절하는데 30년 이상이 걸렸다. 이탈리아의 사르디니아 섬에는 1978년 이후 아직까지 풍토병으로 남아 있다. 현재 다수의 동유럽 국가들에 풍토병으로 존재한다. 사육돼지와 야생돼지 집단이 널리 감염된 러시아 연방의 일부 지역에서도 풍토병으로 존재하고 있다.”

국립농림축산검역본부가 ASF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이 병에 걸리면 대책이 없다는 얘기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이 병을 근절하는데 30년 이상 걸렸다는 점이 그 반증이다.

국내 축산업계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나마 구제역은 백신접종을 통해 위기를 넘기고 있다. 백신접종을 통해 예방이 어려운 고병원성 AI는 연중행사로 겨울철만 되면 발생해 닭과 오리산업을 옥조이고 있다. 고병원성 AI는 껴안고 가야하는 가축질병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ASF나 고병원성 AI는 예방백신이 없다는 점에서 방역상 공통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ASF는 고병원성 AI와 가축질병 방역측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구제역이나 고병원성 AI는 발생농장이라고 하더라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가축을 재입식해 양축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ASF 발생농장은 돼지 재입식이 어렵다는 게 수의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유럽의 사례를 보면 이 병이 발생한 농장은 초동방역 차원에서 모든 돼지를 살처분해도, 바이러스 박멸이 어려워 재입식을 하면 다시 재발하는 경향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한번 이 질병이 발생한 양돈장은 폐쇄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여건상 농장이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ASF발생 농장은 양돈업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 질병이 멧돼지를 포함한 돼지와 물렁진드기에서만 발생하고, 직접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는 점이다. 간접적으로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날음식 찌꺼기를 돼지에게 먹이는 것을 통한 전파이다. 이 같은 사실은 야생멧돼지, 발생돼지, 물렁진드기와 접촉을 막아주고, 위생적인 사료를 급여하면 농장 돼지가 이 질병에 걸릴 이유가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선진국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가 ASF 예방법으로 야생멧돼지와의 접촉 방지를 강조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터지면 끝장인 ASF. 하지만 차단방역만 제대로 하면 막을 수 있는 ASF. ASF는 예방약과 치료약이 없고, 한번 걸린 농장은 재활의 기회마저 박탈된다는 점에서 구제역과는 차원이 다른 무서운 질병! 양돈농가들은 그동안 해온 차단방역에 만족하지 말고, 그야말로 물샐틈없는 차단방역을 통해 ASF로부터 삶의 터전을 지키는데 나서야 한다. 국경검역 강화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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