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대기업이 외면 속에 목표치에 턱없이 부족하게 조성되면서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10년 동안 매년 1000억원씩 1조원 규모로 조성, 운영될 예정이다.

그러나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따르면 2017년 모금실적은 258억원에 그쳤고, 2년 차인 올해에도 4일 현재 120억원 밖에 모금되지 못했다. 게다가 전체 금액 378억원의 99%인 373억원은 공기업이 냈고, 대기업은 고작 4억원을 기부하는 데 그쳤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2015년 말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시 무역이득공유제의 대안으로 도입됐다. 농업계는 당초 FTA로 수혜를 입은 산업에서 이익의 일부를 부담해 농어업 등 피해산업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무역이득공유제를 주장했으나 법리적, 기술적 측면에서 도입이 어렵다는 이유로 불발됐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이를 대신해 도입된 것이다.

세계 각국과의 FTA협상으로 농축수산업계가 입은 피해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이다. 해당 품목의 관세 인하 효과는 그 품목뿐 아니라 연관 품목으로 이어지면서 업계 피해는 눈두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농축수산업계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감내하면서 어렵게 시장을 버텨내고 있는 상황이다. 

농축수산업계는 이같은 상황이 예견됐음에도 국가 전체의 수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대의’를 수용해 농축수산업계 시장을 내준 것이다.

FTA협상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본 것은 누가 뭐라해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다. 관세 등의 수출여건이 호전되면서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을 수출하는 국내 대다수의 대기업들은 상당한 수혜를 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 대기업들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액은 고작 1%선에 그치고 있다. 대기업들은 사실상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도의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2016 국정농단 사건 파문으로 기업들이 기금 출연에 미온적일 수는 있지만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어떤 한 개인을 위해 출연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FTA비준 과정에서 국회가 농어업계와 약속했던 사안이다. 또 각 대기업들은 농어촌상생협력기금과 성격이 유사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에는 매년 많게는 수백억 원씩 출연하고 있다.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에는 수백억원씩 출연하면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출연하지 않은 이유가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공기업을 중심으로 조성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농어업과 농어촌을 위한 다양한 상생협력사업을 추진하는데 쓰여졌다. 본지 취재(집중기획-또 하나의 경쟁력, 농업과 기업의 상생협력)결과 농어촌에 의료서비스를 지원하는가 하면 다양한 농어촌 복지 사업, 지역개발 및 유통까지 다양한 상생협력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농업과 기업간 다양한 상생협력사업이 농어촌에 부족한 복지와 교육, 문화 사업을 활성화시키고 농어업과 전후방 산업의 연계를 강화시켜 그야말로 ‘상생’의 길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한·중 FTA 여야정 합의문에서 ‘기금 조성액이 연간 목표에 미달할 경우 정부는 그 부족분을 충당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는 만큼 이제는 ‘필요한 조치’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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