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 기반이 없이 어촌이 유지될까요? 정부 예산으로 만들어낸 인위적인 개발은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

최근 만난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내년도 해양수산부 예산안이 결국 사상누각에 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은 해수부의 내년 예산안은 어촌개발 사업인 ‘어촌뉴딜300’정책에 매몰돼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년도 해수부 예산안을 보면 신규사업인 어촌뉴딜300 사업예산이 1974억원 순증한 반면 연근해어업의 혁신을 위한 사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수산분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는 수산자원회복을 위해 ‘과감한 지원과 엄격한 관리’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과감한 지원은커녕 엄격한 관리조차 이뤄지지 못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어촌뉴딜300’ 사업 역시 연안어촌지역의 활력제고와 어업인 삶의 질 제고를 위해 매우 중요한 사업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보다 우선해야하는 것은 어촌이 자생적으로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어업의 혁신이다. 국내 연근해어업은 어선노후화와 어가 및 어선원의 고령화에 따른 인력난, 수산자원감소 등 모든 영역에서 적색등이 켜진 상태다. 연안어촌의 기반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수산업이 쇠락할 경우 어촌의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수산·어촌분야 예산안이 ‘어촌뉴딜300’에 집중돼 있다는 것은 해수부가 판단하는 정책우선순위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의심이 가는 대목일 수밖에 없다. 어업혁신을 내팽개치고 어촌뉴딜에만 매달리다보니 수산업계에서는 ‘정치인 장관의 인기관리를 위해 선심성 사업만 내놓고 있다’며 해수부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수산업 기반이 없이 어촌뉴딜로 부양한 어촌경제는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다. 어업혁신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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