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석 부경대 교수

지속가능이라는 용어가 나온지 꽤 오래 되었건만 아직도 우리에겐 그 의미가 낯설다. 당연하다. 왜냐면 우리는 어렸을 때 지속가능성에 대해 별로 배워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학창시절부터 끊임없이 ‘경쟁에서 살아남아라’, ‘어려운 환경을 개척해라’라는 말을 익숙하게 듣고 자랐다.

어업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일본, 중국, 러시아의 틈바구니 속에서 어장을 확보해야했고, 그들과 끊임없이 분쟁을 겪어야했다. 부족한 자원과 지원 속에서  태평양 한가운데 뛰어들어 원양산업을 일궈내야만 했다.

교육받은 대로 치열하게 경쟁에서 살아남았고, 열악했던 국가의 경제발전에 기여해왔건만 이제 ‘지속가능성’이라는 잣대로 한국의 어업방식이 비판 받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출발한 비판이라 국내 현실을 잘 모른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국내 수산자원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수익성도 매우 나빠졌다. 정부와 NGO, 소비자단체에서도 한목소리로 어업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단 말인가? 열심히 일하고 남들보다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문제란 말인가?

여기서 지속가능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이란 공존하자는 의미이다. 지금뿐만 아니라 계속 쭉 같이 가자는 뜻이다. 따라서 지금 이야기하는 어업개선은 경쟁이 아닌 협력을 요구한다. 무조건 열심히 하기보다는 효율적이기를, 많이 잡기보다는 가격과 공급을 고려한 안정적인 생산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어업을 실천하려면 어업인들 간의 동의와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

여기서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지속가능이 우리생활과 어떻게 연계되는지 인식돼야한다. 최근 북미와 유럽에서 MSC 에코라벨과 같은 지속가능인증 수산물의 구매가 급격히 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지속가능에 대한 교육을 받아온 학생들이 이제 주류 소비계층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영국의 경우, 2014년 초 더럼(Durham)교육청의 주도로 지속가능수산물에 대한 교육이 실시되었다. 더럼지역 217개 초등학교에 일주일에 한 번씩 MSC 인증 수산물이 급식에 공급될 수 있도록 했다. 더럼대학교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교육청의 노력 덕분에 지속가능어업과 책임 있는 수산물 소비에 대해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됐다. 지금은 영국 전체에 확산돼 3000개 이상의 초등학교(영국 내 초등학교의 약 1/5)에서 MSC CoC 인증을 도입했다.

MSC에서도 “Fish and Kids”라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속가능어업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넬과 UC 버클리 같은 명문대학들이 지속가능수산에 대해 앞장섰다. 2014년 1월 미시건대학교가 처음으로 학교 식당에 MSC CoC 인증을 획득한 것을 시작으로 맥길, 노트르담 등 15개 이상의 대학에서 지속가능수산물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MSC에 대해 설명하는 포스터를 붙이고, 메뉴판에 에코라벨을 표시하여 지속가능어업과 책임 있는 수산물 소비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인식확산에는 교육기관의 노력뿐만 아니라 학교에 급식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역할도 컸다. 미국 버지니아대학교와 제임스매디슨대학교 학생식당에 식자재를 공급하던 푸드서비스업체 아라마크(Aramark)는 대학들이 MSC CoC 인증을 획득하는 것에 큰 인상을 받아서 캐나다 지역 MSC 에코라벨 수산물 공급을 위해 직접 앞장섰다. MSC CoC 인증을 취득한 아라마크는 2014년에 캐나다 댈하우지(Dalhousie)대학교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총 16개의 캐나다 대학교에 MSC 인증 수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기본적인 환경교육조차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지속가능에 대한 인식교육은 반드시 이뤄져야한다. 경쟁이 아닌 협력을, 개척이 아닌 공존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공감하지 못한다면 우리 수산업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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