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가까운 일본과 달리 AI(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등의 악성가축질병이 발생하면 어김없이 수평 전파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이유를 추정할 수 있겠지만 방역 현장에서 소독약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최근 연구결과 여실히 드러나면서 상당부분 그 이유를 부실 소독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관련 협회와 연구소, 대학 등이 함께 국내 축산관련 방역시설 소독약 사용 실태를 조사한 가운데 구제역바이러스 방역대상 215곳,  AI 바이러스 방역대상 80곳 중 소독약 부적합 사용 비율은 각각 97%, 86%에 이르고, 가금사육농가도 조사대상 99곳 중 93.9%가 소독약품 사용상의 문제를 드러내 방역상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독제가 품목허가에 따라 소독 효과를 내기 위해선 권장희석배수를 잘 지켜야 하는데 현장에서 이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다 보니 소독 효과가 없거나 농도가 매우 높아 기계는 물론 사용하는 사람까지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결과 정부도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거점소독시설에 대해선 이미 지난달 시설을 개보수하는 등 일정부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야생철새 등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기가 도래하면서 현장에서 소독약이 이처럼 권장희석배수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해 사용상 문제를 드러낸다면 올 겨울철에도 AI 등 병원체의 수평 전파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지적이다.

생축운송차량, 도축장, 사료공장, 기존발생농장 등은 물론 소독 효과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반자동 방역기계 등에 대해선 조속히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AI, 구제역 등이 발생할 경우 초동 단계에 설치되는 방역라인(장비)의 효율도 반드시 점검하고 방역기 점검과 관리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축산관계시설에서 규정에 맞게 소독하는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라는 점이 드러난 만큼 사실상 ‘맹물’ 소독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단언컨대 악성가축질병의 수평 전파를 막자는 구호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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