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은 제대로 작동을 하는가? ‘보이지 않는 손’은 경제학의 시조인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주창을 했다.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동으로 효율성을 유지하게 된다”는 게 그 핵심이다.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는 소비를 줄이고, 반대편에 있는 생산자는 공급량을 늘리게 되며, 반대로 가격이 내리면 소비자는 소비를 늘리고, 생산자는 공급량을 줄이는 과정을 거쳐 가격이 안정을 찾게 된다. 이 과정에서 누가 시켜서 소비자가 소비를 줄이거나 늘리고, 생산자가 공급을 줄이고 늘리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이 자연스럽게 작동을 한다는 주창이다. 소위 말하는 시장자율기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설명이다. 경제학은 ‘보이지 않는 손’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이 주도해온 행동경제학은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진단을 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행하는 인간의 판단과 선택’을 설명한 혁신적 연구인 전망이론으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그는 2011년 출간한 저서 ‘Thinking, Fast and Slow’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부정하면 자신의 정체성이 상실되는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를 그 근거로 제시한다. 카너먼은 경제학자들에게 두 가지 예금상품을 제시하면서 처음 1년간은 낮은 금리에 예금을 하고, 1년 후 높은 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1년 후 더 높은 금리로 예금을 갈아탄 경제학자들은 극히 일부에 그쳤다는 실험결과를 내놓았다. 경제학자들까지도 저금리에서 고금리 상품으로 갈아타지 않는 것은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 근거라는 설명이다.

그는 그 이유를 인간의 서로 다른 두 가지 사고(思考)체계로 설명을 한다. 카너먼은 다양한 실험결과를 근거로 “인간은 ‘논리적 이성적’인 판단과 ‘즉흥적 감성적’인 판단을 하는 상반된 두 가지 사고체계를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전자는 게으른 반면 후자는 신속하게 반응을 하기 때문에 인간은 ‘논리적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기 보다는 ‘즉흥적이고 감성적’으로 대응하는 게 많다고 진단했다.

요즘 쌀값을 놓고 생산자와 소비자간 시각차가 극명하게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쌀값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올랐다며 정부보유미 방출을 통해 소비자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응해 생산 농민들은 지난해 쌀값은 20년 전 수준이었다. 올해 쌀값이 많이 뛰었다고 하지만 이제야 정상화 길로 접어든 것이라고 반박을 한다. 하지만 쌀값에 대한 소비자와 생산자의 시각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시각차가 대니얼 카너먼이 말하는 ‘논리적 이성적 사고체계’와 ‘즉흥적 감성적 사고체계’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즉, 소비자들은 ‘즉흥적 감성적 사고체계’로 생각하고 판단해 현재 쌀값이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올랐다고 반응을 하고, 이를 반박하는 생산 농민들은 보다 설득력을 갖기 위해 ‘20년 전 쌀값 수준’이라며 ‘논리적 이성적 사고체계’로 판단하고 대응을 하는 게 아닐까?

쌀값에 대한 극명한 시각차는 상반되는 인간의 ‘논리적 이성적 사고체계’와 ‘즉흥적 감성적 사고체계’에서 출발을 하기 때문에 쉽게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소비자 행동을 지배하는 ‘논리적 이성적 사고체계’를 깨워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간 소통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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