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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환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겸임교수(팜한농 상임자문)

‘다보스포럼 2019’가 지난달 22일에서 25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렸다. 다보스포럼은 국가 간 자유로운 무역을 주창하면서 출발했으나 최근에는 사회 발전 없이는 경제 발전도 없다는 인식 하에 환경, 빈곤, 기아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특히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하기 위한 농업분야의 과제와 기후변화 등이 중요한 아젠다로 매년 등장하고 있다.

올해는 기술혁신에 중점을 두었으며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 4.0: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글로벌 구조 만들기’라는 핵심주제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기후변화, 순환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논의가 이뤄졌다.

농업분야에서는 ‘2050년 97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인류를 부양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논의가 진행됐다. 다소 진부하지만 여전히 인류가 직면해 있는 가장 중요한 도전이다. 주요 이슈로는 지속가능한 자원 이용, 식품기술과 혁신, 행복하고 건강한 삶, 세계식량시스템, 능동적인 소비자, 지속가능한 소비, 인구통계학적 변화와 고령화 등이 제시됐다.

이러한 도전과제들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영양 상태만 놓고 봐도 현재 지구상 인구 중 8억명은 영양실조 상태이고 20억명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부족한 반면, 또 다른 20억명은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상태다. 즉 하나의 해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원의 지속가능성 측면을 보자. 농업은 육지의 11%, 담수의 70%를 사용함과 동시에 산림 훼손 원인의 80%를 차지한다. 농산물 수요의 증가와 기후변화는 전세계 식량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도 심각하다. 산업화 시기 이전과 비교해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관리하지 못하면 인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지만 관련 협정인 파리협정은 국제법상 구속력이 없는 자발적 감축 목표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기술의 접목이 세계적으로 제한 없이 이뤄져야 한다.

수요와 공급을 보자. 2050년까지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 필요한 곡물의 양도 현재의 20억톤에서 30억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산물의 생산성 향상과 아울러 육류의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두류 등의 섭취를 늘리는 등 식생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식품에 1달러를 소비하는 경우 사회는 건강, 환경 및 경제적인 비용으로 2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엘렌 맥아더 재단의 연구 결과가 소개돼 식품을 개발, 판매하는 식품회사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됐다.

농산물 폐기 문제도 국가별로 양상이 매우 다르다. 선진국의 경우 50% 이상의 폐기가 소비자 단계에서 일어나는 반면 저소득 국가에서는 생산·보관 단계에서 60% 이상 발생하기 때문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맞춤형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농산물 폐기 문제가 심각한 상태로 있는 한 생산성의 향상만으로는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새로운 농업기술과 연관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릴 수 있는 AI(인공지능) 기반 신물질, 생물농약, 수확로봇, 드론, 유전자 편집, 스마트팜, 식물공장 등과 함께 양분관리, 토양보존, 물 관리 등 기본적인 농업생산기반 관리는 필수적이며 이 분야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디지털기술과 접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분야다.

인구통계학 측면에서 보면 2050년에는 인구의 20%가 60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농업분야의 노동력 부족 문제는 전세계적인 이슈로 남겠지만 디지털기술의 접목 여부에 따라 국가 간 경쟁력의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과거에는 무역장벽이 낮아지면서 글로벌 통합이 이뤄졌지만 현재는 디지털 시스템을 묶어주는 디지털 통합의 중요성이 급격하게 대두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시스템의 ‘디지털 흐름’은 이미 선진국 GDP(국내총생산) 성장에 크게 반영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디지털화가 낮은 농업분야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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