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최기수 발행인] 

국내 축산업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을까?
 

WTO(세계무역기구) 출범에 따른 축산물 수입자유화와 축산업 선진국과의 무차별적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해온 국내 축산업이 내우외환을 심각하게 앓고 있다. 축산업계는 현재의 내우외환을 ‘성장통’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국내 축산업은 FTA로 대변되는 무차별적인 축산물시장 개방에 따른 외환(外患)도 외환이지만, 내부문제에 발목을 잡혀 허우적거리는 상황에 빠져 있다.
 

환경문제는 국내 축산업의 설자리를 갈수록 위축시키고 있다. 국내 축산농가를 옥죄고 있는 미허가축사 문제는 환경문제에서 시작됐다. 환경문제는 민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원 때문에 신규 축사는 신축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축산업을 새로 하려면 기존 축사를 구입해 진입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 파장은 축사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축산분야 신규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국내 축산업은 기업축산만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악성가축질병은 축산농가 만의 문제가 아니다. 구제역이나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발생농장은 물론이고 인근 주민, 나아가 소비자와 국민 모두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그동안 고병원성 AI가 수차례 발생한 오리농장은 겨울철 오리입식마저 금지된 상황이다. 설자리가 그만큼 줄었다. 악성가축질병이 다발하면서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도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예방약도 치료약도 없다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에서도 다발하면서 국내 유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축종별로 들여다보면 어느 축종 하나 성한 곳을 찾기가 어렵다. 한우산업은 가격폭락 사태를 겪은 게 엊그제 같은데 2, 3년 후 과잉을 우려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한우협회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대규모 농가의 동참이 없이는 그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어 앞날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4~5년 전 한우가격이 폭락할 때 자율적인 사육마릿수 감축이 추진됐지만 대규모농가들은 오히려 늘렸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양돈산업은 그동안 호시절을 누렸지만 최근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그동안 주저하지 않고 양돈산업에 투자를 했던 펀드사들도 요즘은 뒷짐을 진 채 관망을 하는 상황으로 급변했다. 환경문제, 가축질병문제로 양돈산업의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진단 때문이다. 
 

가금산업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축산물시장 개방 파고에서 비껴 있는 채란농가들은 치킨게임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앞 다퉈 시설을 현대화하고, 그 과정에서 사육규모를 몇 배 씩 경쟁적으로 늘리다 보니 생산과잉으로 계란 값 폭락을 자초하는 이전투구 양상이다. 오리산업은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고병원성 AI로 사육제한 마저 당하는 답답한 상황이다.
 

국내 축산업을 이대로 방치하면 끊어지기 전에 가장 밝은 빛을 내는 전구 속 필라멘트처럼 될 지도 모른다. 현재 축산업이 당면한 위기가 ‘성장통’에 그치고, 위기를 뛰어넘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시점에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국내 축산업은 그동안의 성장세에 도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총체적으로, 축종별로, 그리고 각 부문별로 종합적인 진단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돌파해 나갈 처방전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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