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분 과다·불순물 혼입 우려…안전성 검증 필요

[농수축산신문=서정학 기자] 

‘비료공정규격 설정 및 지정’ 일부개정고시 확정일이 이달 말로 예정됐다.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을 혼합유기질·유기복합비료의 원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수년간 문제가 제기돼 왔던 유기질비료의 수입원료를 대체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개정고시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전히 음식물폐기물의 염분 과다, 부패 등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에 비료공정규격 개정고시 추진 배경과 쟁점사안을 살펴봤다. 


(上) 원료 다양화 vs 음식물폐기물 매립
(中) 불량비료 단속 못하고 합법화?
(下) 비료공정규격 개정 전·후 과제는 

 

# 유기질비료 수입원료 문제 지적 수년째

이번 비료공정규격 개정 배경에는 유기질비료의 수입원료에 대한 잇따른 문제제기가 있다.

유기질비료는 주로 유박류를 원료로 만들어진다. 유박류는 식물의 종자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유기질비료는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을 통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원사업을 통해 농업폐기물 수입을 장려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수년째 이어져 왔다.

또한 유박류 중 피마자박(아주까리박)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때문에 사용률이 높지만 ‘리신’이라는 독성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다만 리신은 독성이 있는 종류와 거의 없는 종류가 나눠져 있다는 점 등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으나 위험성은 존재하므로 마찬가지로 원료를 대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처럼 유박류가 상대적으로 수입가격이 높고 리신의 위험성도 있는 만큼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는 음식물폐기물을 대체원료로 하자는 요구가 수년째 이어져왔다.

 

# 농지가 음식물폐기물 매립지?…설 자리 잃는 가축분퇴비

음식물폐기물의 비료 원료화를 반대하는 이들은 염분 과다와 불순물 혼입 등을 지적한다.

이미 음식물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부숙유기질비료(가축분·일반퇴비)는 염분이 상대적으로 높고 부숙기간도 길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한 동물뼈, 비닐, 고춧가루 등의 불순물 혼입 문제, 부숙되지 않은 건조분말이 물에 닿아 부패가 진행될 시 유발되는 악취 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 현해남 제주대 생명자원과학대 교수는 “음식물폐기물을 비료로 사용하는 건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며 “당장의 규격 상 염분 기준은 충족시킬 수 있어도 오랜 사용에 따른 염분 집적 문제 등에 대한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음식물폐기물보다 축산 부산물인 가축분의 자원화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가축분유기질비료협동조합은 지난 13일 성명서를 통해 “부숙유기질비료에 음식물폐기물 원료 사용이 허가된 후 음식물폐기물의 이용률은 높아지고 가축분 처리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며 “자원화해야 할 축산 부산물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음식물폐기물을 유기질비료에까지 사용토록 한다면 농지는 폐기물매립지로 변질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졸속처리라 비판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음식물폐기물 처리 문제가 국가적 현안임에는 분명하지만 이를 이유로 안전성 확보와 검증 절차를 무시한 것은 용납키 어렵다는 것이다.

한농연은 “염분 함량 문제를 포함해 원료 식별 불가능 문제, 작물 생육과 토양 영향 등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이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할 공식적 연구 결과나 현장 검증 자료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며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을 유기질비료로 혼용하는 불법 행위와 보조금 횡령 등 만행에 대한 책임 추궁이 전무한 가운데 이를 합법화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 농진청, 비료 원료 다양화 목적

농진청은 이번 비료공정규격 개정은 비료 원료의 다양화가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비료 원료의 다양화를 통해 국내 유기성 폐자원의 재활용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또한 농진청은 염분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 사용 시 염분 2% 이하, 수분 15% 이하, 전체 원료의 30% 이하로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개정고시에 포함했다. 음식물폐기물 원료 사용 시 이물질의 비의도적 혼입 허용기준도 마련했다.

유오종 농진청 농자재산업과 팀장은 “유기질비료 원료가 대부분 수입 폐기물인 유박류이고 아주까리박은 리신 논란으로 원료 다양화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며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이 아주까리유박과 질소, 인산, 칼리의 성분 함유율이 비슷해 대체재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과다 염분 등의 우려사항도 고려해 개정고시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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