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음식물폐기물의 유기질비료 원료 허용, 문제없나 (중)불법비료 단속 못하고 합법화?

유기질비료로 만든 후에는 일일이 분해해야 원재료 확인
사업 불참업체는 원료대장 등 자료 보관 의무없어 적발 난항
‘음식물폐기물 대란’ 우려 명분삼아 비료공정규격 개정에 속도 내
서정학 기자l승인2019.03.2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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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산신문=서정학 기자]

(上) 원료 다양화 vs 음식물폐기물 매립
(中) 불법비료 단속 못하고 합법화?
(下) 비료공정규격 개정 전·후 과제는

현행 비료공정규격은 유기질비료 원료로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럼에도 일부 유기질비료 업체가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을 사용한 정황이 최근 언론을 통해 포착됐다. 비료업계는 이러한 불법 행위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라는 분위기다.

이에 불법 유기질비료 관련 논란과 단속 현황 등을 짚어봤다.

# 비료공정규격 개정은 불법 업체 합법화?

농업계 내부에서는 이번 비료공정규격 개정에 대해 농진청이 그간 불법으로 유기질비료를 만들어 온 업체를 합법화하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을 받아 보관한 유기질비료 업체를 보도했다.

해당 업체는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로 지원사업 지침 상 비료공정규격에서 정하는 원료가 아닌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을 보관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농업계에선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을 유기질비료에 암암리에 사용해 온 업체들이 있음에도 정부와 지자체가 위법행위를 단속하는 대신 비료공정규격 개정을 통해 합법화를 추진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최근 언론에서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을 유기질비료 원료로 불법적으로 혼용한 일부 업체 사례가 폭로됐다”며 “그럼에도 현재 논의되는 비료공정규격 개정은 법을 위반한 업체를 단속하기보다 합법화하려는 모양새다”고 밝혔다.

# ‘음식물폐기물 대란’ 우려 명분 됐나

농진청이 비료공정규격 개정에 속도를 내는 건 ‘음식물폐기물 대란’ 우려를 명분으로 삼고 있어서라는 주장도 나온다.

일부 언론은 지난 11일 수도권 지역의 음식물폐기물 공공처리시설에서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이 유통되지 않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도하면서 농진청의 단속 강화와 비료공정규격 개정 지연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농진청은 같은 날 설명자료를 내 최근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건 올해 건조분말 생산량이 늘었고 불법 유통에 관한 단속이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지난 14일에는 입법예고 후 3개월 가량 확정하지 않은 비료공정규격 개정을 이달 말 중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한국음식물자원화협회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부 언론이 마치 비료공정규격을 개정하지 않으면 음식물폐기물 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며 “오히려 협회 회원사는 처리해야 할 음식물폐기물이 2000톤 가량 부족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 생산량은 언론마다 일일 260만톤, 일일 3660톤 등 다르게 보도해 사실 확인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올해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 생산량을 일일 360톤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 불법 비료 단속해도 적발 어려워

불법·불량 비료의 단속은 매해 시행되나 실제로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을 원료로 사용했는지를 확인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지난해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에 참여한 527개 업체 중 지침을 위반하거나 품질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업체는 총 28개 업체다. 이 중 유기질비료 제조 원료와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을 같이 보관하다 적발된 업체는 1개소다.

문제는 일단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을 넣어 유기질비료로 만든 후에는 원료 식별이 어렵다는 점이다.

유기질비료는 대부분 여러 원료를 섞어 팰릿형으로 만들어져 일일이 분해해 확인하지 않는 이상 음식물폐기물 사용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2017년 기준 부산물비료(유기질·부숙유기질) 업체 등록수는 1564개이다. 이중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업체는 원료대장, 판매장부 등을 보관해야 하는 의무가 없어 단속이 더욱 어렵다.

이와 관련 유오종 농진청 농자재산업과 팀장은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원료구입 증빙자료나 판매장부 등을 의무적으로 기록하고 보관토록 돼 있다”며 “완제품 비료의 음식물폐기물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일은 어렵지만 시료분석, 원료대장 등을 검토해 불법·불량 비료가 제조되거나 유통되는 걸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 팀장은 “농진청은 음식물폐기물 대란 논란과는 별개로 지난해 말부터 비료공정규격 개정을 위한 절차를 진행해 왔다”며 “현재는 관계기관 협의회 개최, 농업인 의견 수렴 등을 대부분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서정학 기자  sjhgkr@af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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