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서정학 기자] 

“저는 사실 농업은 잘 모르는데….”

농업 분야 기술 융·복합과 관련한 행사에 가면 자주 듣는 말이다. 농업 기술에 ICT(정보통신기술) 등 타 산업 기술을 접목해 발전을 도모하는 자리에서 농업 외 분야 강연자나 토론자가 흔히 이렇게 운을 뗀다. 그들 중엔 ‘정말 농업을 몰라’ 농업 현실에 맞지 않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이 있다. 반면 농업 외 분야에서만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알리는 사람도 있다. 

최근 aT센터에서 열린 농어촌벤처포럼에서의 경험을 예로 들 수 있겠다. 한 발표자는 음악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대표였다. 산업공학과 지식재산권법을 전공한 그는 농업에 대한 자신의 무지를 고백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발표는 새롭고 유익했다. 그는 디지털음악 관련 기술을 농촌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설명했다. 현재 농어촌은 디지털음악 서비스를 포함한 ICT 서비스 시장에서 소외돼 있다. 문화활동을 통해 삶의 질과 행복을 증진시키는 ‘문화복지’ 수준도 낮다. 

이에 발표자는 농어촌의 문화복지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우리마을 음악사업(가칭)’을 제안했다. 우리마을 음악사업은 마을회관 및 경로당 등에 인공지능 스피커와 IPTV 등을 공급해 농어업인들이 실생활에서 쉽게 음악을 즐기고 춤을 추는 등의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이는 ICT와 디지털음악 산업에 관한 기술과 지식이 있는 발표자가 고령인 어머니와 동네 어르신들이 스마트팜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걸 보고 구상한 사업이다. 그는 고령의 농어업인들이라도 인공지능 스피커는 목소리로 쉽게 조작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또한 그는 디지털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대표로서 농어촌 지역이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단 걸 알았다. 농업만 아는 사람이라면 알기 어려운 것이다. 

이처럼 농업과 비농업 분야 전문가들은 농업·농촌에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통의 목표 아래 기술 융·복합을 이룰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건 서로의 열린 귀다. ‘저는 사실 농업은 잘 모르는데…’하고 운을 떼는 이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열린 귀. 농업 분야 기술 융·복합은 거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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