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가축을 도축해 용도·부위별로 분할하는 작업을 하는 1차 육가공업체인 식육포장처리업체들이 최근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도권은 물론 경북, 전북 지역 등에서 도산하거나 부도를 앞두고 있는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가 발표한 자료상으론 전국적으로 식육포장처리업체는 2017년 기준 모두 6759개소에 달하고 이 가운데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을 받은 곳은 2341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종업원 5인 이상 돼지 이력제 신고대상 기준으로 돼지고기를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식육포장처리업체는 1360곳에 이른다. 
 

지난해 도매단계에서 임가공을 포함한 식육포장처리업체의 비율이 소고기는 89.1%였고, 돼지고기는 93.4%에 이른 것을 감안하면 판매자인 농가와 구매자인 식육포장처리업체간 서로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식육포장처리업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기업의 단체회식이 급격히 줄고 경기침체와 고용시장 위축 등으로 외식업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축산물 유통의 생태계 기반이 점차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장에선 소규모나 대규모 보단 그동안 견실한 평가를 받던 중견 육가공업체들의 도산이 더 문제가 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4~15일 개최된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의 2019년 회원 워크숍과 단합대회에서도 이러한 우려는 재차 제기됐다.  
 

특히 돼지고기의 경우 가격·품질 등에서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수입육이 증가하고 국내시장을 점차 잠식하면서 식육포장처리업체의 설 곳이 갈수록 위협받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농가의 피해로 귀결될 수 있다는 얘기며, 결국 ‘순망치한’,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이다.
 

혹자가 말하듯이 이젠 가치 소비의 시대가 됐다. 고도 성장의 시대가 끝나면서 흥청망청식의 소비보단 고기를 한 점씩 굽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식육마케터인 김태경 박사는 술의 형태가 바뀌면서 안주도 바뀌는데 이젠 탐식가들을 위한 고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김 박사의 말을 빌리자면 1차 육가공도 이젠 변해야 살 수 있다.

단순한 분할 등만 하면 경영상 치명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삼겹살 가격이 비싸질 경우 다양한 부위별 구이용 제품이 개발되지 않으면 특히 더 그렇다는 얘기다.

최근 라이프 스타일이 더욱 세분화·다양화 되면서 소비자 패턴을 이제는 일률적으로 잡아낼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한다. 그래서 20~30대 회사원, 30대 학부모 등 타깃별 육류 제품 개발과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하고 있다.

또한 얼리지 않은 돼지고기가 더 맛있다거나 소주하면 삼겹살이라는 식의 이분법적이고 등식화하는 마케팅은 더 이상 곤란하다는 것이다.

1차 육가공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냉동, 냉장 기술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접근도 필요하고 숙성이 고기품질을 좌우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삼겹살의 가치가 이미 떨어지고 있고 더 이상 가격을 올릴 수도 없기 때문에 다른 부위의 가치를 올리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과학에서 발명을 하려면 발상을 바꿔야 하는 데 무턱대고 하는 게 아니라 나름의 원칙이 있다. 바로 발상 기법인데 더해보고, 빼보고, 모양을 바꿔보고, 반대로 생각해 보고, 새로운 용도를 찾아보고, 재료를 바꿔보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빌리고, 자연의 원리를 이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1차 육가공업체인 식육포장업체들도 이제 발상을 바꾸고 저성장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고 유행을 만들고 변화를 선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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