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활속에서 어떤 어휘를 사용하는 지는 매우 중요하다. 어휘는 인식을 반영하고 생각과 의도를 드러내는 것은 물론 그 시대상을 투영하기 때문이다.
 

최근 ‘헬조선, 이생망, 자낳괴’ 등 부정적 의미가 담긴 상당수의 신조어들이 난무하는 것을 보면 시대를 함께 겪는 이들이 그 만큼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회속에서 살고 있고 또한 더불어 살아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반드시 개선해 나가야겠지만 동시에 공동체의 가치와 소통을 저해하는 어휘는 될수록 사용을 삼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어휘가 각기 다른 다양한 상황들을 설명하고 있다고 할 때 누군가가 “밥은 먹고 사니?”라고 할 경우 ‘먹다’라는 어휘의 반대 위치에는 ‘굶다’가 있다. 여기서 이항대립사고를 적용하면 ‘안 굶다’와 ‘안 먹다’가 나오게 된다. 이 같은 이항대립관계는 개념을 논의할 때 그 의미를 보다 선명히 드러나게 한다고 한다. 
 

요즘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제각기 살아 나갈 방법을 꾀할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시대를 막론하고 필요하지 않은 때가 있겠는가마는 최근 국제적인 여건을 감안해 국내 축산업계를 들여다보면 축종별 생산을 포함한 사료, 동물약품, 가공·유통·판매 등 전후방산업이 모두 녹록지 않은 상황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가축을 길러 생활에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일을 일컫는 축산의 경우 축산농가들이 단백질 식량을 생산해 국민에게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박수를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반대로 일부에선 가축분뇨와 냄새, 각종 질병 등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이와 관련한 민원이 끊이지 않으면서 지역적으로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최근 무허가(미허가로 표현되기도 하는) 축사 적법화에 있어서도 지탄과 민원은 적법화를 해야 하는 이유인 동시에 적법화를 방해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지역민의 표심을 의식해 오는 9월 27일 적법화가 종료되면 법의 테두리 내에서 모든 조치를 취해 축산을 영위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겠다는 경우도 있어서 축산농가 입장에선 서슬 시퍼런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분위기는 ‘축산환경’이란 어휘가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축산법에 신설되면서부터 이미 예견됐다고 할 수 있다. 축산법에 명시된 축산환경은 축산업으로 인해 사람과 가축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나 상태로 정의됐다. 축산환경 개선을 법의 목적에 추가했고 개선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시·도 지사는 5년마다 축산환경 개선 기본계획과 축산환경 개선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또한 시장·군수·구청장은 매년 실행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축산환경관리원 등을 축산환경 개선 전담기관으로 지정하는 근거도 마련됐다.
 

축산에서 이제 축산환경은 더 이상 미룰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영역이 됐다. 축산농가들은 제발 자신들이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또한 만들어 달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있지만 앞으로 민원이 발생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환경부 등 관련부처와 지자체는 법과 조례 등을 근거로 칼을 휘두를 것이 분명하다. 
 

축산관련 각 협회들이 축산농가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중앙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축산환경에 관심을 갖는 것은 물론 지역 상황을 잘 아는 전국 지부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학계에선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 축산 선진국들의 사례를 참고해 축산환경과 관련한 전문 교육 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축산환경과 관련해 축산농가들은 이제 스스로 이항대립사고를 해봐야 한다. 그리고 한시라도 빨리 대안을 찾고 당당히 축산을 영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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