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최기수 발행인] 

서울 답십리역에 식물공장(Vertical Farm이 등장을 했다. 18평(59.4㎡) 넓이에 1200포트의 채소를 재배해 하루 5kg을 수확하는 시설이다. 재배작물은 이름도 생소한 엽채류 종류인 이자트릭스, 버터헤드, 카이피라, 파게로, 이자벨이다. 주로 호텔에 고가로 납품되는 엽채류라고 한다. 서울교통공사가 개설을 했는데, 사실상 서울시가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운영은 시설업체인 F사가 맡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 식물공장을 ‘수직실내농장(Vertical Indoor Farm)’이라고 명명했다.

 

이 수직실내농장 옆에는 샐러드 자판기가 설치돼 있다. 수직실내농장에서 생산된 엽채류를 샐러드로 만들어 판매한다. F사 관계자 “자판기 한 달 매출액이 5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연매출로 6000만원이 되는 셈이다. 단순하게 계산을 하면 이 자판기 100개를 설치하면 연매출 60억 원을 올릴 수 있다. 연매출 60억 원이면 벼농사 600ha를 지어야만 가능한 수준이다. 
 

서울시는 지하철 천왕역, 상도역, 을지로3가역, 충정로역에 수직실내농장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천왕역은 일자리플랫폼과 연계해 저온저장시설도 운영하며, 상도역은 생산거점으로 모종 생산 및 분배와 교육체험도 겸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을지로3가역과 충정로역은 답십리역과 같은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내년에 대대적으로 수직실내농장을 확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농업에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자못 궁금하다.
 

2010년 고랭지배추가격이 추석을 앞두고 한포기에 1만5000원까지 치솟은 적이 있다. 장마와 고온다습한 기후가 이어지면서 고랭지배추 농사가 폭삭한 결과였다. 배추가 금추(金배추)가 되고, 다이아추(다이아몬드배추)가 되기도 했다. 무값도 천정부지로 뛰었었다. 이를 계기로 식물공장이 대안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식물공장에서 엽채류를 생산하면 수급이 안정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당시 식물공장 설비업체들은 수지를 맞출 수 있는 작물이 없어 보급을 하는데 한계를 노출했다. 유리온실에서 수지를 맞추는 작물도 파프리카 정도였으니 당연할 수밖에.
 

그 때나 지금이나 상황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하지만 답십리역에서 식물실내공장을 운영하는 F사는 고급 엽채류를 재배해 수지를 맞추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로봇, 빅데이터 등을 결합하는 4차 산업혁명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농업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식물공장은 농업분야 4차 산업혁명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다. 식물공장은 농작물이 자랄 수 있는 최적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해 최고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생산성이 아무리 높아도 투자 대비 수입이 적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농업분야도 4차 산업혁명을 거스를 수는 없다. 미국 옥수수 생산이 최근 몇 년 동안 대풍작을 이루고 있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결과라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4차 산업혁명은 농업분야에서도 이미 시작됐다. 식물공장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농업분야 4차 산업혁명을 누가 주도해야 하는가? 농업인들이 할 수는 없다. 농업관련 기업 몫이다. 농업관련 기업들이 농업분야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농업인은 현장에 적용을 하면 된다. 여기에서 새로운 과제가 대두된다.

4차 산업혁명을 농업현장에 적용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농업인들은 자본축적이 미흡하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자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농업은 시나브로 기업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 농업인이나 농정당국이나 이에 대한 대책을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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