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쌀값이 18만원대로 떨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산지 정곡가격은 80kg당 18만9244원을 기록했다. 올해 초 약보합세를 이어가던 산지 쌀값은 4~5월 0.1~0.2%의 하락세를 보이다가 다시 하락폭이 커지면서 지난달 초까지 19만원대를 형성했던 쌀값이 18만원대로 하락한 것이다. 지난해 수확기였던 10~12월 평균가격 19만3568원보다 2.2% 가량 낮은 수준이다. 비록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서는 6.89% 높다고 하나 갈수록 하락폭이 커지는 양상이어서 가격을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지난해 수확기 가격 대비 쌀값 역계절진폭이 1월 평균 0.2%에서 6월에는 평균 1.6%로 확대되었고 지난달에도 5일 1.7%, 15일 2.0%, 25일 2.2%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평년가격 대비 상승률도 지난해 12월 5일 24.2%를 기점으로 점차 낮아져 지난달 25일에는 20.8%까지 떨어졌다.
 

특히 19만원선은 쌀 농가들로서는 심리적인 마지노선이었기에 쌀값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선언했던 올해 농정의 제1목표인 쌀값을 지난해 수준 이상으로 지키는 것 역시 지금 같은 상황이면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산지 쌀값이 좀처럼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하락폭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은 재고물량이 많은데다 소비까지 부진하기 때문이다.
 

실제 농협은 지난해 매입물량을 크게 늘리면서 재고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지난달 말 기준 농협 미곡종합처리장의 재고물량은 30만2000톤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7만2000톤과 비교자체가 무의미한 정도로 심각해 졌다.
 

재고는 넘쳐나는데 판매는 시원치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5월 산지유통업체 판매량은 81만5000톤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2.3% 감소했다. 여기에 농협 미곡종합처리장의 7월까지 쌀 판매량은 94만톤으로 지난해보다 5% 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쌀값이 앞으로 반등할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농경연도 지난해산 쌀 재고 예상 소진 시기를 10월 중순으로 전망하며 단경기내 재고 소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 단경기 쌀 평균 가격이 80kg당 18만7000원으로 추정한바 있다.
 

이처럼 쌀값 하락이 현실화되면서 농식품부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우선 2018년 공공비축 산물벼 8만2000톤에 대한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미곡종합처리장이 정부를 대행해 농가로부터 매입한 공공비축용 산물벼를 전량 정부가 인수하고 수확기 이전에 최대한 재고를 소진시키기 위해 민간 미곡종합처리장과 농협간의 거래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방안으로 과연 쌀값이 어느 수준까지 지지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지난해 20년 전 수준까지 떨어졌던 쌀 산지가격이 회복되면서 농가소득이 처음으로 4000만원을 넘어섰던 당시의 기분을 농업인들은 또한번 맛보고 싶어한다. 비록 쌀값의 하락세를 저지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쉽지 않겠지만 농업인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모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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