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이미 예견됐던 결과였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올해 복철, ‘10년 만에 최악’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줄은.

최근 만났던 몇몇 육계 사육 농가와 계열업체들은 “앞으로 ‘복 특수’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말이 나온 배경에는 ‘닭고기 가격’과 ‘수급조절’이라는 키워드가 숨어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계속해서 닭고기 공급과잉 현상이 이어졌다. 생산자 단체를 중심으로 자체 수급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지만 언제나 눈치싸움으로 끝이 났다.

공급물량이 많으니 닭고기 가격이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 이번 복철에도 닭고기 소비는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 낮은 닭고기 가격이 문제가 됐다. 아무리 많이 팔아도 수익성이 떨어지니 ‘10년 만에 최악’이라는 말까지 나온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번 복 경기 취재에서도 수급조절과 관련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축산계열화법에 명시된 수급조절 관련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자칫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어 생산자 단체와 계열업체 모두 손발이 묶여 있는 상태”라며 “긴급한 상황에서만이라도 강력한 수급조절 조치를 발동할 수 있도록 법 개정 등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수급조절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는 업계의 책임 분담 의지도 담겨야 한다. 현재와 같은 공급과잉에 이르기까지 이익 극대화에 매몰된 농가와 계열업체들의 이기심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수급조절을 위한 자구노력을 다하지 않는 농가나 업체에 대한 패널티 부과 등 책임 분담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책임의식 없는 이들의 수익 보장을 위해 재정을 투입한다는 국민들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또한 도덕적 해이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절차 간소화와 법 개정 등을 통한 수급조절 현실화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책임 분담에 대한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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