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최기수 발행인] 

스마트팜! 농업분야 4차 산업혁명의 대명사로 다가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에 나서고 있다. 김제와 상주에 이어 고흥과 밀양도 혁신밸리로 지정하고 사업추진에 나선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교육, 생산, 유통, 연구개발을 아우르는 사업이다. 스마트팜 생태계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스마트팜을 선도하는 파이로트 프로젝트 성격이 짙다.

농업분야 4차 산업혁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파이로트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하지만 혁신밸리가 전부는 아니다. 농업분야 4차 산업혁명이 실질적인 결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스마트팜과 관련된 기술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 관련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는 혁신밸리는 사상누각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농업분야 4차 산업혁명은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센서 기술이 어우러져 최적의 농작물 생육조건을 만들어주고, 로봇기술이 수확까지 하는 등 농작업 편의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AI가 컨트롤하는 자동화는 기본이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스스로 운전을 하는 자율주행 단계를 말한다. 문제는 현재 추진 중인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운전하는 기술을 교육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자동차가 스스로 알아서 안전하게 운전을 하는데 무슨 운전기술을 가르친다는 것인가? 분야별로 차이가 없을 수는 없지만 스위치만 누르면 저절로 작동되는 게 바로 미래의 스마트팜이 아닌가? 스마트팜 운영교육보다 경영교육이 필요하다면 과언일까?

지금 농업분야 4차 산업혁명을 위해 필요한 것은 스마트팜 운영을 위한 빅 데이터 확보와 기술개발이고, 심어서 수익을 남길 품종을 개발하거나 찾아내는 일이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의 옥수수 생산량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배를 한 결과라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작물별 최적 성장 조건과 관련한 빅 데이터가 완성됐다는 소식은 아직 들은 적이 없다. 농작물 수는 많고도 많다.

빅 데이터를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주는 기술이 바로 AI와 IoT이다. 이 기술은 누가 개발할 것인가? 이들 기술은 산업체 몫이다. 농산업 관련 기업일수도 있고, 농업과는 상관이 없는 IT기술 업체일수도 있다. 외국 기업이 개발해 놓은 기술을 도입할 수도 있다. 이들 기업과 협력해 연구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스마트팜에 적합한 기술이 개발된다. 1990년대 벤로형 유리온실이 외국 기업에 의해 국내에 첫 선을 보일 때 이 온실을 설치했다가 에프터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국내 농가들은 큰 고충을 겪어야 했다. 이런 전철을 또 다시 밟아서는 안 된다. 스마트팜 관련 기술은 자립해야 한다. 나아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개발된 기술을 농업생산에 적용할 수 있는 스마트팜을 설계하고 신축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들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스마트팜은 꿈의 농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수익성을 맞출 수 있는 작목이 없으면 스마트팜은 구두선에 그칠 수밖에 없다. 1990년대 유리온실이 처음 보급된 후 배추를 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리온실에 심어서 수지를 맞출 수 있는 작목은 파프리카, 토마토, 육묘 등에 불과하다. 스마트팜은 건축비가 유리온실보다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막대한 비용을 이겨내고 수익을 낼 수 있는 품종을 찾지 못하면 스마트팜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역할은 자명해진다. 정부는 빅 데이터 확보와 관련 기술 개발을 누가 맡아 수행할지 역할을 조정하고, 이들이 필요한 분야를 지원하는 일을 하면 된다. 또 하나는 희망하는 농업인들이 스마트팜 신축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강구하는 일이다. 지방자치단체 역할 역시 마찬가지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