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미래 WTO(세계무역기구) 협상에 한해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정부는 농업계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농업경쟁력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가·보완할 계획입니다.”, “관계부처·농업계 간담회 등을 통해 농업계와 충분히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농업계와 지속 소통하면서 현장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농업경쟁력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가·보완할 계획입니다.”

정부가 지난 10월 25일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한 이후 내놓은 답변들이다. 국익과 대외적인 위상, WTO 내에서의 문제 제기 등 여러 이유로 개도국 지위를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정부 측의 입장이고 국내 농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이 과연 있을까.

농업인들은 도하개발라운드(DDA)에서 어렵게 확보한 개도국 지위를 농업보호의 마지막 버팀목으로 인식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정부의 일방적인 WTO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을 바라보며 우리 농업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농업부문에 있어 개도국에게 주어지는 우대 조치는 다양하다. 우선 농산물에 대한 관세감축이다. 이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의무 차이가 가장 큰 분야이기도 하다. 개도국의 경우 관세감축과 특별품목, 특별세이프가드(SSM) 등에서 상당한 융통성이 제공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5년에 걸쳐 50~70%, 개도국은 10년 동안 3분의2 수준인 33~47%를 감축하게 돼 평균적으로는 약 20%포인트의 감축률 차이가 발생한다. 특히 개도국에는 특별품목을 허용해 농산물 전체 세 번의 12% 내에서 5%까지는 관세감축 면제도 가능하고 SSM은 관세감축으로 인해 수입이 급증할 경우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농산물 세번 수는 1600여개다. 이에 개도국 지위에서는 쌀, 고추, 마늘, 양파, 감귤 등 민감품목 대부분을 특별품목으로 지정, 관세 감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가장 민감한 쌀을 예로 들면 개도국 특별품목시 관세감축 이후 관세율이 513%인데 반해 선진국이되면 일반품목 지정시 154%, 민감품목 지정시 393%로 대폭 축소된다.

농업보조감축에서도 감축대상보조인 AMS(농업보조총액)의 경우 선진국은 5년 간 45%를 감축하는 반면 개도국의 경우 8년에 걸쳐 30%를 감축하게 돼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선진국 의무 이행 시 감축보조 규모가 현행 1조4900억원에서 8195억원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개도국으로서 농업이 누리는 다양한 우대 조치에 농업인들은 농산물 시장개방화 속에서 우리 농업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여기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농업인들의 절절한 애원을 귀담아 들어 WTO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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