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남종 기자] 

매년 11월 11일 치러지는 ‘농업인의 날’은 법정기념일로 농업인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의미로 치러진다. 농업인의 생일이라는 취지에서 생성된 기념일이다.

 

농업인의 날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 각종 기념 행사를 치른다. 농업과 농촌의 발전에 헌신하는 농업인을 발굴해서 포상하면서 농민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행사를 범국민적 차원에서 진행된다. 11월 11일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한 배경은 농업인은 흙에서 나서 흙을 벗 삼아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흙 ‘土’자가 겹친 ‘土月土日’을 상정했고 이를 아라비아 숫자로 풀어쓰면 11월 11일이 된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또 이 시기는 농민들이 한 해 농사를 마치고 쉬며 즐길 수 있는 좋은 시기라는 점도 고려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행사를 통해 농업의 위상을 지키고 국민들에게 농업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고자 하는 의도와 함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1일 치러진 ‘제24회 농업의 날’ 기념식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러한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행사에는 박진도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김현수 농식품부장관, 이영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 등 농업인 등 500여명이 참석,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농업인단체들은 농업인의 날 행사 직전까지도 행사 참석여부에 대해 고심을 했으며 실제로 대부분 농업인 단체들이 최근 정부의 농업분야에 대한 홀대에 반발, 참석을 고사하는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일부 농업인 단체는 같은 시각 청와대 앞에서 WTO 개도국 지위 포기와 RECP(역대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타결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시위를 이어갔다. 또한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인 시위를 통해 농기계 반납 투쟁 등을 이어갔다. 
 

생일날 생일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장외투쟁을 이어가야 하는 농업인들의 현실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다. 
 

더욱이 농업인의 날 행사에 있은 농식품부 장관의 농업인의 날 ‘축사’는 더욱이 농업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미래농업 협상에서 WTO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기로 해 상실감이 크실 것 같다”라는 현 농식품부 장관의 멘트는 농업·농촌을 이끄는 수장의 시각이 아니라 일개 경제 관료로서의 시각에 머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하고 있다. 또한 대안으로 제시한 공익형직불제 예산확보나 공공급식 확대, 농촌 정주여건 개선 추진 등은 기존 수십년전부터 이어온 허울 없는 농정공약에 불과하다. 
 

농식품부 장관이 이러한 무기력함을 벗어나 여타 경제부장관과의 국무회의에서 농업·농촌의 특수성을 어필하고 이를 관철시켜 농업인들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제 사회의 농업통상협력에 대한 압력이 더해지면서 농산물도 더 이상 비교역 대상 품목으로 머물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농업이 위축되는 것을 그대로 둘 수만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농촌과 농업은 경제적인 논리로만 파악할 수 없는 역사성과 문화적 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내년 농업인의 날에는 장외 투쟁이 아닌 ‘국민의 농업인의 날’로 치러지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