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올 한해 농업계를 뜨겁게 달군 최대 농정현안 중 하나를 꼽자면 공익형 직불제 도입을 전제로한 직불제 개편이다.

 

연초, 아니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누가 내년부터 공익형 직불제를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을까. 불과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이 시점에서 생각하면 많은 진전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한편으론 아쉬운 측면도 크다. 
 

가장 아쉬운 측면을 꼽자면 역시 법적 근거가 되는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이하 농업소득보전법)의 처리방식이다.
 

농업소득보전법은 여·야 대치 정국 속에서 결국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채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함께 예산부수법안으로 상정됐다. 
 

이에 앞서 전날인 9일에는 일부 농업인단체들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동직불금 폐지를 전제로 한 직불제 개편은 개악이라고 표현하며 여전히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비록 법적인 근거가 마련됐지만 내년부터 공익형 직불제를 시행하기 위해선 아직도 넘어야할 산은 높고 골은 깊은 것 같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은 직불제 개편은 반드시 필요하고 농정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 농업여건의 변화는 직불제를 포함한 농정에 있어 보다 혁신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환경과 식품의 안전성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는 높아지는데 정작 농축산업의 부정적인 모습은 갈수록 빈번하게 부각되곤 하며, ‘국민의 농업’이라고 칭하나 정작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국민들에게 부각시키기에는 예산과 제도, 사업 전반에 걸쳐 한계가 있다.

여기에 쌀 직불금 중심의 직불제 운영이 쌀 공급과잉 구조를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소득 양극화와 품목간 형평성 문제, 직불금 부정수급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서 향후 감축대상보조금의 한도가 크게 축소될 것이고 이는 감축대상보조로 분류되는 변동직불제의 대폭 축소를 의미한다.  
 

물론 공익형 직불제가 농정이 처한 모든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능키일 순 없다.

그렇기에 농업 전문가들도 이번 직불제 개편을 두고 쌀 문제 완화냐, 품목간 형평성 제고냐, 소득분배냐, 농업의 공익기능 제고냐, 가격변동대응이냐 등 개편 요인에 따라 다른 방안을 주장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공익형 직불제로 대변되는 직불제 개편이 농정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제도임은 분명하다.
 

현재로선 내년도 공익형 직불제 재정규모가 어떻게 책정되든 한정된 예산에서 제한적으로 운용될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가 어떤 정책 목적을 우선 순위로 정할지 지켜 볼 일이다.
 

최근 모 자리에서 한분이 ‘공익형 직불제는 진화하는 생물체’라고 표현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공익형 직불제를 단순히 수많은 정책이나 제도 중 하나로 볼 것이 아니라 정부와 농업계의 관심과 참여,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진화시키고 몸집을 불릴 수 있는 생물체라는 것이다.
 

제도변화를 정의할 때 ‘사회가 시간에 걸쳐 진화할 양식을 구체화한 것’으로 표현하곤 한다.

결국 공익형 직불제라는 제도변화는 시대적 변화 속에 우리 농업·농촌이 앞으로 시간을 두고 진화해야할 방향을 구체화한 것이다. 공익형 직불제가 그 목적에 맞게 도입·성장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 농업계가 한마음 한뜻을 모아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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