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해년 돼지의 해를 맞아 연초 길함·재복·행운의 상징인 돼지를 생각하면서 올해 축산업계에 거는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9월 경기도 파주에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ASF(아프리카돼지열병)가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은 말 그대로 비상이 걸렸다. ASF가 발생하자 민관군 할 것 없이 모두가 방역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지면을 빌어 우선 그들 모두의 수고와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ASF 발생은 사육농장에서 지금까지 14건에 그쳤지만 야생멧돼지에선 지속적으로 ASF 바이러스가 확인되면서 이미 40건을 훌쩍 넘겼다.
 

문제는 최근 야생멧돼지 폐사체 발견지역이 민통선 남방한계선에서 무려 13km 떨어진 민간지역(명성산)에서 발견됐다는 점이다. 야생멧돼지의 ASF의 남하 가능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휴전선이나 민통선의 경우 철조망 등 울타리가 높고 사람의 출입이 통제돼 있는데 반해 민간지역은 울타리가 상대적으로 낮아 멧돼지가 충분히 이동할 수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환경부가 설치한 팬스가 너무 낮고 허술하며, ASF 감염 멧돼지나 폐사체 관리 등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ASF의 남하는 기정사실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게다가 양돈수의업계는 야생멧돼지와 사육돼지의 ASF를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사육돼지에 대한 방역당국의 향후 행보도 주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방역과 관련해 긴급하게 대처할 부분과 중장기적인 접근을 구분할 필요가 있겠다. 먼저 ASF 발생시 민간 역학조사 활동을 벌인 한 수의사의 발언에서 힌트를 찾아보자.

그는 이번 민간 역학조사 활동기간 중 양돈수의사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ASF 발생상황에 따라 바꿔야 할 시스템에 대해 여러 가지를 쏟아냈다. 축산시설공유와 진료반경에 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사료, 분뇨, 출하의 지역내 공유 등에 있어 이해관계를 해소하는 문제, 농장별 위생관리 등급 필요성도 언급했다.

조기 신고와 평상시 질병예찰 강화에 대한 진료수의사의 필요성 부각, 앞으로 추가 발생시 지역별로 실질적인 SOP 마련과 더불어 농장단위 방역 시스템 점검자를 진료수의사로 하는 방안 등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음으로 시급하게 해결할 부분이다.

최근(본지 3844호, 2019년 10월8일자) 보도가 된 생축운송차량의 관리 문제다. 차량의 상당수가 적재바닥에 구멍을 뚫어 분뇨를 방출하는 실태 고발은 이슈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단속이나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방역당국과 지자체,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ASF 바이러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 되고 있어 조속히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생축차량의 소독절차도 조속히 바꿀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 11월 하순 경기 안성 지역의 한 거점소독시설을 취재한 과정에서도 돼지를 가득 실은 차량과 그렇지 않는 차량들이 함께 긴 줄을 서서 소독을 대기하고 있는 모습에서 교차 오염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미 우리는 지난 2010~2011년 전국적으로 맹위를 떨친 구제역에서도 차량 관리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방역에 일가견이 있는 모 교수의 지적도 방역당국은 반드시 챙겨봐야 할 것이다.

생축운송차량이 거점소독시설을 거칠 경우 오히려 분뇨 등을 통해 질병을 전파시킬 수 있기 때문에 농장 출하, 도축장 하차, 차량 세척, 도축장 소독, 거점소독시설 소독, 농장진입 순으로 생축운송차량 소독절차를 변경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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