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최기수 발행인] 

뉴밀레니엄이 시작 된지도 앞으로 4일이 지나면 20년이 된다.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시간이다. 그 사이 우리 농업·농촌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물론 ‘얼마나 좋아졌을까?’에 대한 궁금증이다. 좋아진 점도 없지 않지만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다.
 

1992년부터 7년간 42조원을 투입하는 농어촌구조개선대책을 시작으로 농업·농촌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됐는데도 왜 좋아지지 않았을까?

우리 농업과 농촌이 안고 있는 문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의료, 환경 등 복잡 다양한 사안들과 씨줄날줄로 얽혀 있어서 단순하게 산업정책과 복지정책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을 한다. 농업 규모화를 추진하고, 생산성을 올리고, 농산물 품질경쟁력을 높이는데 매달린다고 해서 농업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농촌지역에 복지를 강화한다고 해서 농촌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관광, 의료, 교육에 환경문제까지 종합적으로 접근을 해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지 않는 한 그 나물에 그 밥이 될 수밖에 없다.
 

농업·농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지자체인 시·군의 지역정책이 활성화돼야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중앙정부 각각의 부처는 각자의 영역이 있다 보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관광, 의료, 교육, 환경정책 등을 병렬식으로 파편적으로 쏟아낼 수밖에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문제만을 고려해 농업정책을 세우고 시행하게 된다. 농림축산식품부만이 아니라 행정안전부가 됐든, 복건복지부가 됐든, 환경부가 됐든, 산업자원부가 됐든, 교육부가 됐든, 문화체육관광부가 됐든 모두 마찬가지이다. 반면 시·군은 국방, 외교, 치안을 제외한 모든 문제를 다루고 있다. 중앙부처에서 수립된 정책 중에는 자체적으로 시행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시·군에 모이게 된다.

그러다보니 시·군은 농업·농촌정책도 지역 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관광, 교육, 의료, 환경 등을 모두 감안해 종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다만, 시·군은 중앙정부 각 부처가 마련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관광, 교육, 의료, 환경정책을 융복합해 지역특성에 맞도록 정책을 재기획하고 디자인하는 능력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농정이 거론되면 늘 뒤따르는 말이 있다.

지자체는 부족한 예산 문제를 언급하며 중앙정부의 공모사업에 매달리고,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정책기획 능력 미흡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둘 다 맞는 말이지만 이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 아닐까. 지자체의 정책기획 능력을 문제 삼아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하지 않는 중앙정부의 행위는 문제를 그대로 두고 가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운동선수에게 경기장도 마련해주지 않고 경기력을 키우라고 하는 것과 같다. 지자체도 중앙정부의 변명과 다르지 않다. 기초지자체는 중앙정부 각 부처로부터 다양한 사업을 받게 된다.

중앙정부 각각의 부처에서 받는 예산은 미흡하겠지만, 이를 모아놓으면 적은 규모가 아니다. 중앙정부 각 부처로부터 받은 예산을 모아 지역특성에 맞도록 정책을 새로 디자인하고 시행하면 효과는 훨씬 배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농촌문제를 현재와 같은 단순한 예산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지역특성에 맞도록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관광, 교육, 의료, 환경 등을 모두 한 솥에 담아 녹여낸 정책이 수립되고 시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고 하더라도 성과를 거두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당장 문제가 되는 시·군의 정책기획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교육프로그램이 강화되고, 기초지자체가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방안도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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