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송한 중소조선연구원 차세대한국형어선개발연구단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우리나라 수산업 중 연근해어업은 수산업의 근간이며 어선은 연근해어업의 가장 필수적인 자본재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90년 이후 최근까지 수산자원보호를 우선해 감척과 규제의 대상이 돼왔으며 그 결과 장기간 어선관련 투자 부재로 어선 노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로 2025년이면 국내 연근해어선 4만1000여척 중 선령 21년 이상 노후 어선의 비중이 49%에 육박하는 등 어선의 노후화가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연근해어선은 대부분 1980년대의 어선 모델로 유류소비량이 많으며 어선원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더불어 선원들의 승선환경은 열악하며 노후화된 어선구조·설비는 어업경쟁력 약화와 어선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연근해어선의 원거리 조업으로 인한 선박 사고는 최근 5년 평균으로 매년 592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어업인의 인명피해는 연 평균 82명에 달한다. 더불어 어업재해율은 제조업에 비해 10배 가량 높으며 육상 교통사고 대비 어선사고의 인명피해는 4배 이상 높은 실정이다. 즉, 어선원의 안전은 타 산업의 노동자에 비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으로 이는 곧 젊은 층의 어선 승선 기피로 이어져 어선원 수급의 어려움과 선원고령화라는 악순환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현재 운용되는 어선들은 어획강도 증대에 초점을 맞춰 건조·운항되고 있다보니 선원실은 비좁고 낮은데다 화장실, 조리실, 휴게시설 등 어선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공간도 마련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어선원의 안전과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선원의 거주공간, 휴식공간, 위생설비, 작업환경 개선 등을 적정수준 이상으로 확보하고 안전을 위한 각종 설비와 제도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내년부터 어선 화재경보장치설치를 의무화하고 선체 재질을 알루미늄으로 교체할 것을 유도하는 동시에 기상특보 시 출입항 통제기준 강화 등 선박안전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어선안전성과 어업재해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존 대책에 더한 기술연구가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선박간의 충돌과 접촉 등으로 인한 좌초, 전복, 침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ICT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항해통신 장비의 개발과 적용을 위한 기술연구 등도 수행돼야 한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수산업의 경쟁력강화와 어업인 안전확보를 위한 어선 전문연구센터 구축이 필요하다. 국내에는 조선전공 관련 47개 대학학과와 관련 연구기관이 있으나 어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대학학과와 기관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어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센터를 신설, 어선성능 고도화와 어선안전, 어선원안전재해예방, 표준어선의 개발·보급, 친환경소재 어선 개발, 조업효율 향상을 위한 어로시스템 개발연구 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더불어 어선원의 휴식을 위한 규정과 복지공간의 마련도 필요하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어선사고의 원인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대부분은 인적 과실이 주원인이다. 연근해어선은 근로 및 휴식 시간과 승무정원 규정이 없거나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더불어 선원의 부족으로 근로시간이 과다한 상황이며 휴식시간이 크게 부족, 조업중 경계소홀과 정비점검 누락 등으로 이어진다. 이는 곧 어선과 어선원의 안전사고로 이어지 쉽기 때문에 최저승무기준을 개선하고 어선원의 거주와 휴식을 위한 복지공간 확보가 필요하다.

어선어업이 열악하고 위험한 일이 돼서는 안된다. 어선현대화를 통해 어선은 어업인의 안전과 복지를 담보할 수 있는 편안한 직장이 돼야 하고 어선어업은 국민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수산물 공급원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수산업계, 관련 학계, 연구자 등의 공동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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