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서정학 기자] 

새삼 ‘심다’란 동사의 사전적 의미를 곱씹어본다. 우선 심다는 초목의 뿌리나 씨앗 따위를 흙 속에 묻는다는 뜻이다. 비유적으로 새로운 사상이나 문화를 개인이나 사회 속에 자리 잡게 하다라는 의미도 있다. 
 

곧 맞게 되는 식목일은 첫 번째 의미의 심다라는 동사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날일 것이다. 식목일은 나무 심기를 통해 국민의 나무 사랑 정신을 북돋우고 산지의 자원화를 위해 1949년 제정됐다. 이 날 만큼은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두 팔의 소매를 걷어 붙이고 삽으로 흙을 떠 묘목이나 씨앗을 심는다.
 

그러나 이번 식목일 즈음의 풍경은 코로나19라는 악재가 예년과 다르게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식목일이면 관공서에서 흔히 열리던 나무심기 행사가 지금은 전국적으로 취소되고 있다. 전국 산림조합에서 봄철 내에 열리는 나무시장도 현재 약 20여 개소의 개장이 취소됐다. 이 가운데 21대 총선 날짜는 다가오고 있다. 여당과 야당은 날선 목소리로 서로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다른 듯 닮아 있는 각자의 공약을 목청껏 소리치고 있다. 흙에 묘목이나 씨앗을 심자는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릴 틈이 없는 시국이다. 
 

그럼에도 이번 식목일을 앞두고 조금 억지로라도 심다라는 동사의 다른 의미를 되새길 것을 제안해본다. 코로나19로 인해 묘목시장이 침체되고 있지만 인터넷으로 묘목을 구할 수 있는 상품권을 배포하거나 기부를 통해 묘목의 소비 증진을 도모하는 활동 등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일부 정당의 총선 공약에는 임업계의 숙원인 ‘임업직불제’ 도입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씨앗이 아닌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제도개선을 통해 나아질 미래를 약속하는 건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을 자리 잡게 하는 일일 테다. 혼란스러운 나날에도 서로에게 희망을 심는 사람들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이번 식목일에도 우린 계속 희망을 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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