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낯선 질병이 할퀸 자리가 생각보다 깊다. 코로나19와 한바탕 전쟁을 치른 기업들은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 ‘코로나 쇼크’라는 단어를 쏟아내며 처참한 1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농협 소매유통 자회사들도 코로나19를 버텨내며 긴장 속에서 지난 1분기를 보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공개된 농협 소매유통 자회사 5곳의 1분기 실적은 그야말로 ‘반전’이었다. 농협하나로유통의 판매실적이 지난해 동기 대비 699억원, 4.6% 증가하는 등 부산경남유통을 제외한 4곳 모두 지난해에 비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코로나19가 소비자들에게 농협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긍정적인 해석도 뒤따랐다.

하지만 ‘이런 성과가 장기적으로는 농협에 위기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귀기울여야 할 필요는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중장년층과 새롭게 유입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매력적인 무언가가 없다면 단기적 성과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통업계는 그야말로 혁신에 가까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 확보는 기본이고 새벽배송, ‘필(必)환경’ 트렌드에 발맞춘 친환경 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기민하게 진화하고 있다. 또한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바일의 경계를 허무는 옴니채널 마케팅에도 매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농협은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농협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는 현저히 낮고 자회사별로 별도 경영을 하는 탓에 원활한 옴니채널 환경 구축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영리하게 진화하는 유통업체들 앞에서 이제는 ‘안전한 농산물’, ‘건강한 우리 농산물’ 등과 같은 이미지를 농협의 고유 이미지로 점유하던 시대도 옛말이 됐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농협 소매유통 자회사 통합 논의는 또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내부에서 유통 자회사 통합 문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어떻게든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여타 대형 유통업체들과 고비용·저효율 지적에도 꿈쩍 않는 농협 소매유통 자회사들. 이들의 미래가 벌써부터 보인다면 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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